원브랜드숍 화장품 부문
지난 2002년
에이블씨엔씨가 이화여대 앞에 미샤 1호점을 선보이며 태동한 원브랜드숍은 국내 화장품산업 유통사에 큰 획을 그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성장세도 둔화됐지만 여전히 원브랜드숍은 화장품산업의 중추 유통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채널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초창기 원브랜드숍들은 `고품질·저가격` 화장품을 무기 삼아 구매층을 넓혀왔다. 경쟁사가 늘고 각각의 매장 수도 늘어 시장이 포화에 다다르자 근 몇 년간은 치열한 할인 경쟁을 통해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일상화된 세일 행사는 더 이상 차별화된 경쟁력도, 성장의 동력도 될 수 없었다. 이제 원브랜드숍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이들은 해외 소비자다.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원브랜드숍 간 희비가 극명히 갈라지지 시작했다. 중국인을 사로잡은 `달팽이 크림`에 힘입어 362%라는 기록적인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며 일약 메이저 브랜드로 떠오른
잇츠스킨이 좋은 예다.
올해도 원브랜드숍들은 예년과 다름없이 빈번한 세일 행사를 벌렸다. 하지만 이는 더 많은 매출을 위한 프로모션이라기보다는 다른 브랜드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책에 불과했다.
수치 상 대부분의 원브랜드숍들은 전년에 비해 외형을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국내 매출만 놓고 보면 성장세를 이어간 곳이 몇 되지 않는다. 특히 면세점을 비롯해 서울 명동과 동대문, 제주도의 연동과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 비중이 절대적인 이른바 `관광 상권`의 매출을 제외하면 시장은 축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유통 경계가 희미해지고 해외사업을 위한 계열사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원브랜드숍 기업들의 매출 집계 기준도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다.
2013년 미샤로부터 원브랜드숍 매출 톱 자리를 되찾아온 더페이스샵은 올해도 1위 타이틀을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3분기까지 4,650억원 남짓의 매출을 기록한 더페이스샵의 올해 최종 실적은 6,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추정치대로라면 전년의 6,101억원에 비해 3% 가량 증가한 것이다.
더페이스샵의 매출 성장률은 2012년 34.6%, 2013년 24.9%, 2014년 11.5% 그리고 올해 3% 내외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추가 출점을 통한 성장 여력이 없다는 게 완만해지는 성장률의 주요인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더페이스샵의 매출에는 THEFACESHOP North America Inc., 더페이스샵(상해)화장품소수유한공사, Fruits & Passion Boutiques Inc. 등 몇몇 종속회사들의 실적이 포함돼있다.
이같은 점에서 올해 진정한 매출 톱은 이니스프리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3% 가량 증가한 5,630억원이다. 더페이스샵 매출 추산치보다 700억원 정도가 적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수치에 해외 실적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인 이니스프리는 국내사업만 진행하고 해외사업은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담당하는 복잡한 구조가 이같은 왜곡을 만든 것이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해외 판매실적은 2,0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매출액에 포함시키면 더페이스샵의 외형을 가뿐히 넘기게 된다.
미샤와 어퓨, 두 개의 원브랜드숍을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매출액은 4,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년보다 4% 정도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미샤의 부진 점포들을 정리하고 지하철 역사 내 매장에서도 철수함으로써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구조조정에 힘입어 이익 부문은 눈에 띄는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잇츠스킨은 전년의 여세를 몰아 원브랜드숍 유통 4강 자리에 입성했다. 지난해와 같은 핵폭탄급 성장은 아니지만 올해 또한 20%가 넘는 고성장률로 2,900억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와 중국 따이공 통관 규제라는 악재를 무난하게 극복했지만 여전히 중국과 달팽이 라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수년 간 중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 온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는 올해도 나란히 7%대 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네이처리퍼블릭이 2,700억원대, 토니모리가 2,200억원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의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16년에는 해외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또 다른 원브랜드숍인 에뛰드하우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신장 행보였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매출액은 2,350억원 내외로 또 다시 두 자리 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올 한해 채널 구조조정과 함께 전면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주력한 성과가 2016년에 온전히 나타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반면 에프앤코의 원브랜드숍인 바닐라코는 올해 브랜드 론칭 10주년과 매출액 1,000억원 돌파라는 경사를 한꺼번에 누렸다. 지난해에도 70%가 넘는 외형 증가율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닐라코는 올해도 50%에 가까운 성장률로 저력을 과시하며 1,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324만개가 팔렸다는 클렌저 `클린 잇 제로`에 힘입은 성과로 히트 아이템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