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가 `제품 공급 후 10년이 지나면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제조물책임법을 내세웠음에도
법원은 제조사에 제품 안전 그 이상의 책무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한 손해보험사가 국내 김치냉장고 1위 업체 대유위니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처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이 회사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집에 놓고 썼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멀쩡하던 김치냉장고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타올랐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A씨의 집과 옆집 등 모두 4채를 태웠다.
관할 소방서는 김치냉장고 팬 모터에 먼지가 쌓였다가 갑작스럽게 이상 발열 현상을 보이며 불이 났다고 봤고
사건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김치냉장고 내부 합선이 발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A씨 등 피해자에게 모두 4,290여만원을 배상하고 비용을 제조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제조사는 "판매한지 10년이 지나 이미 우리 쪽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제조물책임법 제7조 제2항은 제조물이 공급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되어 있고
A씨가 구매한 제품은 2003년 제조·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조사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김치냉장고를 10여년간 사용했다고 해서 내부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여기진 않는다"며
"사용기간이 다소 오래됐어도 제조사는 제품 위험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김치냉장고에서 폭발현상이 발생한 후 화재가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2012∼2013년 10년 이상된 김치냉장고 화재 22건 중 20건이 피고의 제품이었던 만큼 내부 부품의 내구성에 하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이 10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일반 민법 역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며 법적으로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김치냉장고가 그간 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제조사가 피해액의 50%인 2천145만원만 지급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를 포함한 가전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멀쩡한 제품을 구매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교체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2심 판결은 보편타당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