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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아이즈] 내부자들, 권력 유착의 골조를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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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스틸컷

* 이 기사에는 영화 내용이 일부 소개됩니다. 

뉴스 사회면은 늘 비슷한 현상의 반복이다. 대기업 회장은 휠체어에 실린 채 병원으로 들어간다. 정치인은 비장한 목소리로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다. 언론은 꼿꼿한 자세로 세태를 풀어내는 각종 논설을 쏟아낸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익숙한 뉴스의 표피 아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내부자들`은 저 분절된 현상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는지를 드러내는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은 뉴스 속보를 통한 등장인물 소개다. 꽤 많은 인물이 빠르게 언급되며 지나가 누가 누구인지 다소 헷갈린다. 그래서 영화는 바로 과거로 시점을 옮겨 이 뉴스가 나오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좇는 전개를 취한다. 그리고 모든 인물의 욕망과 갈등이 빠짐없이 익숙해질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 처음의 뉴스 속보가 반복된다. 이 액자형 구조를 통해 관객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언론이 어떤 식으로 거래하는지. 그 안에서 법과 폭력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지를 엿본 듯한 쾌감을 얻게 된다. 

`내부자들` 스틸컷

원작 웹툰이 다양한 이익집단이 구성하는 권력 유착의 시스템 자체를 세세히 그려낸다면, 영화는 시스템을 인물로 치환했다. 각 주요 인물은 권력, 언론, 재력의 표상이다. 그래서 웹툰보다 다소 투박한 골조이긴 하나, 짧은 러닝 타임 내에 이해하기에는 합리적인 축소다. 또한 인물 중심이기에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이병헌과 조승우의 버디물로 전환하는 후반부 전개도 순조롭다. 이 부분에서 윤태호의 원작은 감독 우민호의 영화로 거듭난다. 깊이는 좀 더 얕게, 그대신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템포를 빠르게. 웹툰의 정수를 투박하게 담아내지 않고 영화의 형태로 매끈하게 다듬었다는 점에서 감독의 능란함이 빛난다.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과 족보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주인공 두 사람은 결여된 인간이다. 이들은 출신 성분에 분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깡패새끼가 하는 말을 누가 믿겠나?”와 “족보 없으면 잘하던가, 아니면 잘 태어나던가”는 말은 영화 내내 이들을 좌절하게 한다. 두 사람이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결말까지 내달릴 동력을 얻는다. 

다만 대한민국 정치판을 설계하는 존재인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이 사태의 흑막 정도의 역할에 머무른 건 아쉽다. 극 중 가장 거대한 힘을 가진 만큼, 마땅히 더 강해야 할 열망은 다소 모호하게 그려지고 영화의 균형은 두 사람으로 치우친다.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백윤식이 "본인의 부분이 편집되어 아쉽다"는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을 정도다.
 
`내부자들` 스틸컷

이 영화를 ‘이병헌의 영화’로 만들지 않겠다는 나머지 두 사람의 경쟁심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들이 조우하는 곳은 사무실 혹은 낡은 여관방, 취조실인데 그때 이 비좁은 공간은 연기력이 충돌하는 일종의 옥타곤 같다. 배우들은 팽팽하게 자신의 영역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만큼 세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다만 후반부에 발휘하는 순애보부터 시종일관 드러나는 유머러스함까지. 종국에는 결국 이병헌의 영화가 되어버리는 건 나머지 두 사람에게 꽤나 서운한 편집이겠다. 

순수하지 않은 수컷들이 거대 권력에 저항하며 지금 이 시대의 정의를 나름대로 실현하는 장르는 ‘OO자’ 타이틀로 수없이 나오고 있고, 안전한 흥행을 누리고 있다. 어디서든 봤던 것 같은 배우들이 또 등장하지만, 조승우와 이병헌이라는 조합에서 또 한 번 신선함을 감지할 수 있다. 비슷한 변주라 해도, 먹던 밥을 또 맛있게 만들면 입맛이 가는 걸 어쩌랴. 오는 19일 개봉 예정.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30분.

★★★☆

+ 오 회장의 해결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 기억에 남는다.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지독하게 섬뜩한 인물을 잘 연기했다. 영화 정식 개봉 후 더 많이 술회 될 것으로 예상한다.

+ 티저 영상에서부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조승우,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이병헌. 두 사람의 사투리 연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생각만큼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발음의 훼손이 다소 심하다. 좋은 발성을 지닌 배우들임에도 영화 전반적으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경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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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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