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의 정대세가 지난 달 30일 포항 스틸야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 = 수원 삼성 블루윙즈) |
설마했던 일이 정말로 축구장에서 일어났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라서 더 아쉬운 것만큼 대역전 드라마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짜릿했다. 역시 축구장의 후반전은 아무도 예상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전주성(전주), 스틸야드(포항), 제주월드컵경기장(서귀포) 세 곳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11월 30일 낮 2시)가 저마다 하나씩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마치 거짓말처럼 말이다.
① 제주월드컵경기장, 90분에 완성된 챔피언스리그 티켓 대반전 드라마
서귀포로 날아간 FC 서울 선수들은 오직 승리만 생각했다. 야심차게 도전한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전 진출에 실패했고, 쉬운 상대로 여겼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성남 FC와의 FA(축구협회)컵 결승전 패배로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 시작 19분만에 황일수에게 선취골을 내줬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후반전에 대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먼저 69분에 윤일록이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승점 1점만으로는 포항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공격하고 또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에벨톤-에스쿠데로-몰리나` 세 명의 외국인 공격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기적은 90분에 찾아왔다. 헐거워진 제주의 가운데 수비 라인을 파고든 에스쿠데로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밀어준 공을 미드필더 오스마르가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제주 쪽에서는 제1부심에게 달려가 오프 사이드라고 주장했지만 이의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기적은 같은 시각에 스틸야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수원 블루윙즈의 역전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② 스틸야드에서의 수원, 10년된 징크스 깨뜨리고 산토스 득점왕 올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블루윙즈의 맞대결에서도 홈 팀이 먼저 골을 넣었다. 그것도 후반전 초반이었으니 마지막 한 장 남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당연히 포항의 것이었다.
그런데 수원이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축구 명가의 자존심 대결은 역시 짜릿했다. 79분에 산토스의 오른발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선취골의 주인공 김광석의 볼 처리 실수를 놓치지 않고 집중했던 산토스의 기념비적인 골이 터진 것이다.
이 골은 2014 K리그 클래식 득점왕 타이틀을 뒤집어버린 골이었다. 전북을 챔피언으로 만든 라이언 킹 이동국이 같은 13골로 1위 자리에 있었으나 산토스의 대역전 14호골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수원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6분 뒤에 뒤집기 쇼를 마련했다. 왼쪽 측면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염기훈이 올려준 공을 골잡이 정대세가 헤더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포항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지만 이후 문창진의 슛은 수원 골문 왼쪽 기둥을 때렸고, 후반전 추가 시간에 강수일이 회심의 헤더 동점골을 노렸지만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서귀포에서 들려온 FC 서울의 승리 소식에 포항 선수들은 홈 팬들 볼 면목이 없었다. 다 잡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코앞에서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결과는 2004년 12월 8일부터 이어온 포항과 수원의 스틸야드 맞대결(포항 9승 6무) 기록을 단번에 바꿔버린 것이어서 수원으로서는 `징크스 깨기, 산토스 득점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③ 전주성, 이승기 도움왕 등극
포항에서 들려온 산토스의 득점 소식에 전주성에 있던 이동국은 아쉬워했지만 동료 미드필더 이승기의 도움왕 뒤집기에 박수를 쳐 주었다.
같은 소속 팀 레오나르도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이승기는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66분에 오른쪽 코너킥을 정확하게 감아올려 한교원의 벼락같은 오른발 발리슛 동점골을 도왔다.
이렇게 이승기와 레오나르도는 나란히 10개의 도움을 기록하게 됐지만 이승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수(선발 26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영광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쉽게 1-1로 경기가 끝나는 바람에 역대 최다 10연승 기록이 9승에서 멈췄지만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승기가 소중한 선물을 팬들에게 선물한 셈이다.
이렇게 K리그 클래식 일정은 11월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2014년 국내 축구의 마지막 드라마가 두 경기 남았다. 경남 FC와 광주 FC가 맞붙게 된 승강 플레이오프가 그것이다. 이들은 12월 3일 저녁 7시에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12월 6일 낮 2시에 창원축구센터에서 2015 K리그 클래식 진출권 마지막 1장을 놓고 벼랑 끝 승부를 펼친다.
※ 2014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결과(30일 낮 2시, 왼쪽이 홈 팀)
★ 포항 스틸러스 1-2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김광석(48분,도움-김승대) / 산토스(79분), 정대세(85분,도움-염기훈)]
★ 전북 현대 1-1 울산 현대 [득점 : 한교원(66분,도움-이승기) / 유준수(60분,도움-따르따)]
★ 제주 유나이티드 1-2 FC 서울 [득점 : 황일수(19분,도움-김현) / 윤일록(69분,도움-에벨톤), 오스마르(90분,도움-에스쿠데로)]
◇ 2014 K리그 클래식 최종 순위
1 전북 현대 38경기 81점 24승 9무 5패 61득점 22실점 +39
2 수원 블루윙즈 38경기 67점 19승 10무 9패 52득점 37실점 +15
3 FC 서울 38경기 58점 15승 13무 10패 44득점 29실점 +15
----------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
4 포항 스틸러스 38경기 58점 16승 10무 12패 50득점 39실점 +11
5 제주 유나이티드 38경기 54점 14승 12무 12패 39득점 37실점 +2
6 울산 현대 38경기 50점 13승 11무 14패 44득점 43실점 +1
----------------- 상 하위 스플릿 구분선 -------------------
7 전남 드래곤즈 38경기 51점 14승 9무 15패 48득점 53실점 -5
8 부산 아이파크 38경기 43점 10승 13무 15패 37득점 49실점 -12
9 성남 FC 38경기 40점 9승 13무 16패 32득점 39실점 -7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38경기 40점 8승 16무 14패 33득점 46실점 -13
11 경남 FC 38경기 36점 7승 15무 16패 30득점 52실점 -22 → K리그 챌린지 2위 광주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2 상주 상무 38경기 34점 7승 13무 18패 39득점 62실점 -23 → 2015년 K리그 챌린지 강등
◇ 2014 K리그 클래식 득점 순위
1 산토스(수원 블루윙즈) 14골 35경기 경기당 득점 0.40
2 이동국(전북 현대) 13골 31경기 경기당 득점 0.42
3 스테보(전남 드래곤즈) 13골 35경기 경기당 득점 0.37
4 임상협(부산 아이파크) 11골 35경기 경기당 득점 0.31
5 한교원(전북 현대) 11골 32경기 경기당 득점 0.34
6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10골 30경기 경기당 득점 0.33
7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10골 31경기 경기당 득점 0.32
8 파그너(부산 아이파크) 10골 34경기 경기당 득점 0.29
9 드로겟(제주 유나이티드) 10골 36경기 경기당 득점 0.27
10 김신욱(울산 현대) 9골 20경기 경기당 득점 0.45
◇ 2014 K리그 클래식 도움 순위
1 이승기(전북 현대) 10개 26경기 경기당 도움 0.38
2 레오나르도(전북 현대) 10개 35경기 경기당 도움 0.29
3 이명주(포항 스틸러스) 9개 11경기 경기당 도움 0.82
4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8개 30경기 경기당 도움 0.26
5 현영민(전남 드래곤즈) 7개 32경기 경기당 도움 0.22
6 염기훈(수원 블루윙즈) 7개 34경기 경기당 도움 0.21
7 산토스(수원 블루윙즈) 7개 35경기 경기당 도움 0.20
8 한상운(상주 상무) 6개 29경기 경기당 도움 0.21
9 이동국(전북 현대) 6개 31경기 경기당 도움 0.19
10 안용우(전남 드래곤즈) 6개 31경기 경기당 도움 0.19
◇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왼쪽이 홈 팀)
☆ 광주 FC - 경남 FC(12월 3일 19시 광주월드컵경기장)
☆ 경남 FC - 광주 FC(12월 6일 14시 창원축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