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쇼핑이 자신들 소유의 백화점과 마트 건물을 들고 싱가포르로 나갔습니다.
리츠라는 제도를 활용해 싱가포르에서 이 건물들을 매각하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선데요.
국내에도 리츠제도가 있고 상장도 가능한데 왜 해외로 나갔을까요? 리츠 상장제도와 거래소의 안일함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치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롯데쇼핑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리츠 자산규모는 10억 달러, 우리돈으로 1조원이 넘습니다.
상장 규모로 싱가포르 증시를 노크해 등록된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증시를 살펴봐도 손에 꼽힐만한 대형 IPO건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새로워졌다는 점에서 이번 롯데쇼핑의 리츠 상장은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국내 증시에 대형 리츠를 상장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친 거래소는 원망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리츠업계 관계자
"국내 소유 부동산이 국내에서 상장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투자 재원이 (해외로)유출되는 거다. 그 만큼 안 좋고... (한국)거래소가 그 만큼 못한다는 거다"
상장기업 유치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한 거래소가 실상은 상장을 하겠다는 기업을 보고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롯데쇼핑이 리츠 상장을 활용해 백화점과 마트 건물 등을 매각해 1조원이 넘는 유동성 확보를 추진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순 쯤.
롯데쇼핑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싱가포르 거래소는 리츠시장 담당 직원들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해 리츠상장과 관련된 내용들을 설명하고 상장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전화인터뷰>롯데쇼핑 부동산 유동화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싱가포르(거래소)에서는 (국내에)와서 설명까지 다하고...싱가포르 거래소 직원들이 상장규정 등을 들어와서 설명까지 다하고 서비스를 다 해주잖습니까. 우리(한국거래소)는 해달라는것도 안 해주는 입장인데..."
한국거래소가 이번에 놓친 것은 단순히 대형 IPO 한건이 아닙니다.
이번 대형 리츠 상장이 국내 증시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소액으로 국내 유명 백화점과 마트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절호의 투자기회도 덩달아 잃었습니다.
<기자 브릿지>
뒤로 보이는 롯데백화점 일산점도 이번에 싱가포르 리츠에 매각될 점포리스트에 포함돼 있습니다.
연 매출이 3천억원에 달하는 수도권 주력 매장 중 하나인데, 이런 우량 점포가 입점해 있는 이 백화점 건물 주인이 이달 말이면 싱가포르 투자자들로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대형 리츠들의 상장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기업들은 향후 유망 투자자산을 들고 보다 상장이 용이한 해외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외환위기가 국내에 불어 닥쳤을 당시 국내 대형 부동산들이 외국자본에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국부 유출이라며 걱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상장제도와 관련 기관들의 무관심이 기업들이 스스로 값나가는 대형 건물들을 들고 해외로 나가도록 등떠미는 형국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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