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우려했던 일’은 삼성이 지난 15일 19년만에 서류전형을 부활하는 새로운 신입사원 선발 제도를 발표할 때 삼성의 의도와는 달리 나올 ‘사회적 부작용’이었다.
삼성은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이고 창조경제형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직원선발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국 2백여개 4년제 대학 총장에게 추천권을 제공해 열린채용과 기회균등의 정신을 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각 대학에 할당된 총장 추천 인원 수가 공개되면서 대학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은 억울하다.
삼성채용시험인 직무적성검사(일명 SSAT)를 위해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이른바 ‘삼성고시’를 준비하고 시험준비를 위한 사설 학원도 생기고 있는 사회적 폐해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별 할당 인원의 차이는 그간 삼성에 입사한 과거 선배들 비율과 이공계 인력이 더 필요한 삼성 입장에 따라 이공계 중심 대학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이 이뤄진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총장추천은 서류전형 면제일 뿐, 최종 합격도 아니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삼성은 현재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고 당황스럽다.
기업이 사업 비중에 따라 필요인력을 필요절차에 따라 뽑겠다는 것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특히 1등 기업 삼성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많은 국민과 학생들은 할당인원 수를 명문대 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대학들은 학생들의 삼성입사률을 높이기 위해 결국 삼성 시험을 잘 볼 학생들을 추천하려하고 있다. 본선경쟁력을 생각하는 것은 총장이나 학생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불필요한 시험준비 과열 현상을 억제하고 창의 인재를 뽑고자했던 삼성의 뜻과는 달리 거꾸로 사설 학원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나서 시험 준비를 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게 됐다.
답은 간단하다.
삼성이 총장추천제를 폐지하면 된다.
창의 인재를 뽑기 위한 추천제가 이미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면 서둘러 없애는 편이 낫다.
애초 창의 인재는 누구의 추천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수고와 비용이 들더라도 삼성이 스펙파괴의 일반 서류전형과 대학 현장을 찾아가 필요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찾아가는 열린채용’ 비율을 더 늘리면 된다.
오히려 추천제보다 더 많은 숨은 보석들을 찾을 수 있고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공동단장: 미래창조과학부 박항식 창조경제조정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오늘(27일) 첫 회의를 열고 ‘민간기업 주도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지방으로 창조경제를 확산하는 것’에 추진단의 핵심역할을 부여했다.
삼성이 과거의 관행처럼 해온 인재 선발 방식을 모두 버리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지금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창의 인재는 원래 기르기도 어렵지만 찾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by 한국경제TV, 유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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