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을 새로 선포한 데 이어, 한국 정부와 미국·일본이 각자 입장을 표명했다.
23일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는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폭 20㎞, 길이 115㎞가량 겹쳐 있으며, 우리가 사실상 관할하고 있는 이어도 상공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는 물론 오키나와 서쪽 등 더 넓은 부분이 겹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동중국해에서 한국 및 일본의 기존 방공식별구역을 크게 침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군의 영공 수호를 위한 군사작전은 방공식별구역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며, 타국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 내로 진입하려면 해당국에 사전통보를 해야 한다. 또 미확인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 외곽 10마일(약 18km)까지 접근하면 무선 경고방송을 하고, 5마일(약 9km)까지 접근하면 경고방송과 함께 공군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요격에 나선다. 사실상 `준(準)영공`이라는 의미다.
또한 중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30분 전에야 한국 정부에 관련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져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정부는 25일 중국 측에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공식 전달했으며, 이어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할권은 그대로 유지, 해당 지역에 대한 항공기 진입도 현재와 같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소통과 대화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 안정을 지켜나가고 싶다"며 "한국과의 영해 문제는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협상 정신에 근거해 담판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처사에 일본 정부는 강력한 비난을 이어갔다.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은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청 대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이에 양국 대립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불필요한 선동적인 행위`라고 지적했으며,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처사가 역내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높이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어니스트 부대변인은 "해당 지역은 영유권 분쟁 중이고 이런 분쟁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선동적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말이나 어느 일방의 정책 선포가 아닌 공통된 의견 수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발하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중국은 "두 나라가 중국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일축했으며, 한국 정부는 오는 28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중 군사 당국 간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방공식별구역(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