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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인터뷰] '스파이' 문소리의 결혼예찬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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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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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진 경상도 사투리, 바가지를 박박 긁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남편 앞에서는 랩을 하듯 잔소리를 퍼붓지만 멋지고 잘생긴 남자 앞에서는 다소곳한 여자가 된다. 영화 ‘스파이’(이승준 감독, JK필름 제작)는 배우 문소리(39)였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함이 없다. 문소리이기에 가능했고, 문소리 때문에 즐거웠다. 여기에 더해진 설경구와의 부부 호흡. 상대역 역사가 세 번째쯤 되니 이제는 그야말로 자타공인이다.



    문소리는 ‘스파이’에서 항공기 승무원이자 김철수(설경구)의 아내인 안영희 역을 맡았다. 안영희는 자신의 남편이 스파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인물.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같이 출장을 떠나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새까매진 안영희는 태국행 비행기에서 만난 라이언(다니엘 헤니)과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내 남편 지키기’는 누구보다 1등.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 “배우끼리 똘똘 뭉쳐 참 좋아”

    시작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명세에서 이승준으로 갑자기 감독이 교체되면서 배우들 역시 타격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당연히 거짓말. 사태가 이럴수록 배우들은 서로를 더욱 믿었다. 고초를 겪으면서 똘똘 뭉쳤다. 감독 교체 후 합류한 라미란(야쿠르트 요원)까지, 어느새 배우들은 한 몸이 돼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했어요. 의지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다니엘 헤니 씨 같은 경우에는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많이 어울렸죠. 사람이 정말 괜찮아요. 나중에 들어온 라미란 씨도 우리를 적극 믿고 따라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죠. 설경구 씨는 말이 필요없었어요. 우리를 잘 이끌어줬어요. 특히 고창석 씨가 참 대단해요. 머리도 몸도 잘 써요. 지조도, 강단도 있고요. 물구나무서기나 백 텀블링도 어찌나 잘 하는지. 신기하게 유연하다니까요.”

    요원은 아니었지만 문소리에게도 남다른 고통은 있었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세차게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레스토랑을 휘저었으니 몸이 성할 리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신었던 하이힐도 달리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 그야말로 고생 중에 고생이었다. 예쁜 역할도 많은데 고난 길을 택하는 문소리.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모습이 정말 씩씩했다. 반했다.

    “승무원 교육을 며칠 받고나서 액션 스쿨도 갔었어요. 주로 체력 훈련이랑 낙법 위주로 했었죠. 구두 신고 뛰고 그런 거는 금방이에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할 때는 응급실에도 실려 갔는걸요. 곱게만 일하고 싶으면 배우를 하면 안 되죠, 앉아서 하는 일을 해야지. 안 그래요? 하하. 그런데 그 상황에서 붉은색 튜브톱 드레스가 좀 오버가 아닐까 싶기는 했어요. 이 옷을 어떻게 샀을까? 생각이 막 드는 거죠. 그런데 의상 팀에서 소신 있게 밀고 나갔어요. 나중에 보니 어울리더라고요. 약간은 오버하는 면도 재미있고요.”



    ◆ “남편과 한 잔, 참 좋아요”

    안영희는 결혼을 한 지 꽤 오래 지나서도 아이가 없어 늘 시댁에서 구박을 당한다. 아이는 혼자 만드나. 늘 바쁜 남편 김철수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 그 모습이 조금은 문소리와 비슷하다. 한 차례 유산의 경험을 겪었던 문소리는 지난 2011년 8월 결혼 5년 만에 딸을 얻었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활기차게 보이는 그녀.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나보다.

    “레스토랑 신을 찍을 때 부모님과 딸이 촬영장에 왔었어요. 고창석 씨를 보자마자 ‘우앙’하고 울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하하. 한 번은 남편 촬영장에 데려갔는데 같이 자주가야겠다 싶었어요. 아빠가 바빠서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아빠 슛 갔어요. 아빠 멋있어요’ 막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아빠는?’ 하고 물으면 ‘장준환’ 이랬는데 요즘은 그 뒤에 ‘감독님’이라고 붙여요. 제가 배우인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가끔 수업을 나갈 때 ‘엄마 선생님 하고 올게요’ 하고 나가니 교사로 알지 않을까요?”

    남편인 장준환 감독과 아이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럽게 입가가 올라간다. 그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결혼 7년차 부부이지만 아직도 신혼의 느낌이 가득했다. “직업이 이렇다보니 같이 산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는 문소리이지만 깨소금이 넘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문소리의 남편이 장준환인건 알아도 장준환의 아내가 문소리인건 대중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에 “총각처럼 하고 다니는 거 아니야?”라며 바로 질투 섞인 버럭 폭발. 애정이 가득한 모습이 참 재미있다.

    “하루는 남편이랑 집에 같이 들어가려고 만났는데 맥주 한 잔만, 한 잔만 하다가 결국 늦어졌어요.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돼요. (웃음) 결혼하니까 그런 게 참 좋아요. ‘한 잔 할까’ 이런 거? 소주에 얼음이나 물을 타서 먹는 걸 좋아해요.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따뜻하게 다시 볶아서 안주로 야금야금 먹고요. 결혼하면 살찐다고 하잖아요. 자꾸 먹어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이런 게 결혼생활에서 참 큰 부분 같아요. 미운 정까지 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이렇게 부러운 부부를 봤나. 안영희처럼 집에서 바가지 박박 긁는 거 아니냐는 말에 억울할 만도 하지. 결혼 충동 유도 부부. 소소한 행복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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