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에로 거장 봉만대 감독이 ‘자칭’ 아티스트를 선언하며 내놓은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봉만대 감독, 골든타이드픽처스(주) 제작).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봉만대는 아티스트야”를 외치게 될 것. 도대체 영화에 무슨 주문을 걸어 놓았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봉만대는 아티스트다.
이 영화에서 봉만대는 에로라는 장르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키워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99% 이상 진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아티스트 봉만대’를 탄생시킨 것. 거짓이 없고 솔직하다고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봉만대, 그러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가장 관심이 많은 장르인 에로 영화 아닌가.
알다시피 봉만대는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채널 CGV ‘TV 방자전’ 등을 만든 장본인.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영화의 노출 수위만을 궁금해 하는 게 사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배우를 더 벗길까, 섹스 장면을 어떻게 더 야하게 찍을까를 고민하는 봉만대의 모습이 아니라 그러한 유혹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지켜내기 위한 봉만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봉만대는 ‘아티스트 봉만대’ 속에서 또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 부푼 꿈을 안고 크랭크인된 에로공포영화 ‘해변의 광기’는 결국 더 벗기자는 제작자(이상화)와 안 된다는 감독(임필성) 사이에서 방황하다 봉만대에게 정착한다. 제작자 마음대로 순식간에 감독을 교체하거나 노출신은 절대 안 된다는 배우가 소속사 사장의 손에 이끌려 촬영장을 떠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를 씁쓸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제작자는 끊임 없이 ‘더 벗기자’고 말한다. 그리고 봉만대는 날려 차기를 하며 “늬들이 에로를 알아?”라고 말한다. 그래, 반성한다. 우리는 지금껏 에로를 모르고 있었다.
이 작품에 출연한 이파니 성은 곽현화는 입을 모아 “봉만대이기에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봉만대이기에 노출도 서슴지 않았고 더 예쁘게 찍어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이 배우들은 날씨가 더워 스스로 벗을 수 밖에 없었단다. 실제 봉만대는 영화 속에서 자신 만의 에로 세계를 이야기한다. "무조건 벗어야 에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한다. “숨어서 에로를 이야기하는 건 이중적인 태도다. 자신 있게 드러낼 때 비로소 에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지 않는가?
출신 성분이 배우가 아닌 개그우먼(곽현화)과 과거 영화 하나 대박 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는 배우(여현수)가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며 싸우는 모습, 에로배우 꼬리표로 몇 십 년을 살아가는 배우(성은)가 다시 노출신을 찍기까지의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실명을 걸고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해내는 곽현화와 여현수 성은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상처와 약점을 건드리는 모습은 보는 이마저 아프게 만들지만 이 모든 것이 대본 없이 진행된 리얼 이었다니, 그들의 연기에 박수를.
봉만대가 이런 공약을 했다.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면 여배우들과 발리에 가서 색다른 누드화보를 찍겠노라고 말이다. 이파니 성은 곽현화의 동의는 받지 않고, 그것도 아주 크게 혼자서 선서를 외쳤다. 책임지고 세상에 없던 누드를 찍겠노라고 선포했다. 하아, 이런 얼토당토 않은 공약을 봤나. 타입캡슐에 고이 간직할 수 있는 화보라니. 게다가 공사도 하지 않고 성기 노출까지 하겠단다. 사실, 이 공약이 무서운 이유가 있다. 설마 설마하다 100만 명을 넘길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뭔가 심상치 않다.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2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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