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의 IT 드레싱] 1편. 클라우드 신기술 전쟁 - 4,300억의 가치(1)
7월 말, 내 폰으로 메일이 날아왔다. 텍스트로 된 제목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상단에 올라온 이미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3.8억불,
우리돈으로 4,300억원…
가이카이(GAIKAI 社)가 소니(SONY社)에 인수된다는 소식이었다.
"이제야 시작됐구나! "
처음 이 기사를 본 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다.
솔직히, 어떤 형태로든 제법 큰 규모의 비즈니스가 조만간 오고 가리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 M&A가 수천억원 규모의 자본으로 성사되는 수준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토목사업 하나에 수십 조가 쓰이는 시대에 수천억 규모의 인수합병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가이카이社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벤처기업이다. 온라이브(Onlive)와 쌍벽을 이루며 클라우드게임 부문에서 그 이름이 오르내리던 회사였다. 가이카이는 클라우드의 일종이 되는 게임서비스를 통해 게임의 데모버전을 무료로 플레이 하여 일종의 광고효과를 수익모델로 삼던 회사다. 솔직히 지금 현재 그 수익모델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허접한 홈페이지밖에 없었고, 투자금을 까먹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훨씬 무성하게 피어오르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그림을 보자.
보다시피 이 회사의 직원 수는 고작 50명 가량이다. 4,300억원을 직원들이 평등하게 나눠가졌다면 1인 당 100억 가까운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개발자 모두가 박지성 연봉 정도의 돈을 나눠가질 수 있는 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50명 규모의 벤처기업이 4,300억에 인수된다는 이 기술은, 그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기술을 온전히 보유하기 위해, 삼성을 비롯한 전세계의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가이카이는 장기적인 적자 속에서 부활을 꿈꾸는 소니의 풀 배팅에 의해 이제 소니의 자회사가 되었다. (기업들의 숨은 경쟁은 다음 편에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대기업의 애간장을 녹인 가이카이의 핵심기술과 서비스모델이 바로,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이용한 ‘클라우드 게임’이다.
● 클라우드게임 : 300만원짜리 컴퓨터에서나 돌아갈 게임을 스마트 패드에서?
만약 위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대단한 그래픽의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일단 PC를 확보해야겠다. 대단한 그래픽 성능이 필요한 만큼, 그래픽카드이며 CPU이며 모든 것을 최고사양으로 준비해야겠지. 모니터도 크고 밝은 놈으로 준비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가이카이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절~대 장만할 필요가 없다. 그냥, 거실에 있는 스마트TV의 전원을 켜고, 무선패드를 들고, 가이카이 앱의 아이콘만 누르면 된다. 가이카이가 삼성의 스마트TV를 이용해 테스트한 실행화면을 감상해 보자.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CF_Yi-aYRpQ >
이 어플은 TV 액정의 도트에 어떤 화면을 뿌려주게 될까? 아래 실행화면을 보자.
올해 나온 콘솔형 3D게임인 이것(THE WITCHER 2 ENHANCED EDITION)을, ‘1. 게임을 구동하는 어떤 장비도 없이/2. 오로지 TV로만/3. 고성능 PC나 PS3 수준에서나 가능한 게임을’ 아무런 제약 없이 즐길 수가 있다. 참고로 이 서비스는 삼성 스마트 TV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제공될 예정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하고 궁금해 하는 이도 있고, 별것 아니네 하고 넘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맞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원격데스크탑`과도 비슷하다. 다른 곳에 설치된 컴퓨터를 자신의 모니터에 띄워놓고 원격조종을 하는 것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원리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쉽게 넘겨짚는 이야기고, 이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거대하고도 복잡한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와, 실시간 인코딩을 통해 화면을 중계(Broadcasting) 해주는 뷰어 혹은 코덱의 기술력은 물론, 원격접속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통신인프라는 물론,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오죽하면 수억이 넘는 연봉의 자사 엔지니어로 가득한 대기업에서 가이카이 같은 작은 회사에 혈안이 되어 달려들고 있겠나?
이 서비스의 원천기술을 가져간 소니는 어떤 회사인가? 이 배경을 알면 도박이 될 수도 있을 이번 가이카이 인수전에 굉장한 심혈을 기울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소니는 워크맨의 신화를 이어오며 PC부문,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석권했었고, 소니뮤직?소니픽쳐스까지 거머쥐며 명실공히 다음 세대에 즐겨야 할 모든 유형, 무형의 플랫폼을 장악했었던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그 결과는 참담하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워크맨으로 히트를 치며 유지되던 성장가도는 애플의 아이튠스와 아이팟으로 콘텐츠의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기울기 시작했고,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된 수십만의 게임컨텐츠는 사용자가 거실에 앉아 게임을 즐길 시간을 길과 지하철에서 게임하는 시간으로 바꾸어버렸다. 거실용 콘텐츠들로 돈이 벌어지던 중요한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현재, 소니는 순손실 2조를 달리는 회사다.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순 손실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소니를 바라보며 컨텐츠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는다.
소니는 찬란했던 시절에서 곤두박질 친 현재에 이른 역사를 통해 통렬한 반성을 했다. 거대한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고, 새로운 라인업을 꾸리는 과정에 있다.
그들은 지금 콘텐츠와 시스템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다시 창조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튠스와 아이팟으로 인해 점령당한 콘텐츠 플랫폼의 주도권을 다시 찾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진행된, 어쩌면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는 베팅이 바로 가이카이의 인수전이었다.
단언하건데, 이 서비스를 가져오기 위한 전쟁(실제 전쟁같은 물밑싸움이 있었다)에서 중간에 포기해버린 삼성은 몇 년 이내에 땅을 치고 후회할 지 모른다. 1달러라도 더 제시해서 이것을 인수했어야 한다. 게임서비스 하나가 문제가 아니다. 클라우드 게이밍 다음에는 클라우드 스트리밍이 대중화되고,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을 장악한 자는 다음 세대의 거대한 시장,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있긴 하다. 이번 8월 말부터 CJ가 운영하는 지역 케이블방송, CJ헬로비전에서 자사 IP 방송을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통해 TV서비스와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플라이캐스트와 제휴하여 시작한 이 서비스에 눈이 밝은 여러분들은 주목하자. 이 방송에 가입되어 있다면 단 하나의 게임이라도 시험삼아 해보길 바란다. 백문이 불여일견, 해 보면 이 컴퓨팅 서비스의 가치가 느껴질 것이다.
다음주에는 클라우드 게임의 원천기술을 잡기 위한 거대기업들의 쟁탈전,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의 개요,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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