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노무라 쪽은 조금 더 낙폭을 크게 보고 있다. 정확한 취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견해가 분명히 달랐다. 예를 들어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물론 시장이 순전히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 때문에 지금까지 올라왔다면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치가 사라지는 순간 주가가 하락한다는 논리는 분명 맞다.
문제는 정작 시장이 FRB의 양적완화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시장의 상승 이유가 양적완화가 아니었다면 혹시나 양적완화가 불발되더라도 시장이 크게 하락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벤 버냉키가 3차 양적완화를 원한다면 적어도 힌트를 흘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었다. 만약 9월에 양적완화를 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철과 맞물려 연말이 지나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경제지표는 너무나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고용지표도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주택지표들이 정말 환상이다. 여러 차례 거론했듯 미국의 주택지표가 강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한 적은 없었다.
과연 현재 이런 지표의 호전 속에서 벤 버냉키가 함부로 양적완화를 할 수 있을지 오히려 의문이다. 만약 그래도 한다면 공화당 측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벤 버냉키가 괜한 불씨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과연 시장이 3차 양적완화가 연말로 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추정해보자. 지금 우리 증시의 상승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증시를 외국인들이 매수하는 목적은 거의 대부분 캐리 트레이딩이라는 결론을 언급했고 증명까지도 했다.
그러면 캐리 트레이딩을 하는 외국인들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매수를 하는 것인가. 자국의 화폐가 하락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유로화를 숏, 원화를 롱을 치고 있다. 즉 유로화를 매도하고 그 외의 이머징 자산을 매수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시황을 말했다. 우리네 증시로 들어온 외국인들의 대다수는 영국계를 비롯한 유럽계 자금이라고 말이다. 같은 기간에 미국계 자금은 유럽계 자금의 10분의 1도 채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은 곧 유럽계 자금은 자신의 화폐들, 즉 유로화가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는 말이고 미국계 자본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미국계 자금들이 자신의 나라에서도 3차 양적완화가 예상된다면, 그러니까 돈을 마구 찍어내 달러화 가치가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었다면 아마도 유럽계 자금 이상 미국계 자금이 우리네 시장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결국 미국계 자금은 양적완화를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잭슨홀 미팅에서 3차 양적완화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기대한 것이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
LTRO는 아닐 가능성이 높고 양적완화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계 자금이 우리네 증시에 들어왔다면 그들은 양적완화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지금 유럽이 누구한테 투자를 할 만큼 속이 편한 상태는 아니지 않는가. 즉 유럽계 자금의 성격은 투자가 아닌 헤지 개념이 더 크다.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막아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유로화 표시 자산에 대해 가치하락을 막아보자는 헤지의 개념이 크다.
ECB 총재가 문제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ESM과 더불어 국채매입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이것은 ECB의 매수분만큼 절반일지라도 명백하게 양적완화 효과를 가지게 된다. ECB가 어디에 돈이 있어 매수하겠는가,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ECB에서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라간 것이지 FRB 때문은 아니다.
만약 ECB에서 양적완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9월 6일 ECB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가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드라기 총재가 ESM과 ECB의 동시 매입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ESM은 9월 12일 독일의 헌재판결 이후에나 정상적으로 행동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9월 6일 ECB 회의에서는 양적완화가 혼자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리해보자. 주가는 물론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 기술적 저항치는 1967포인트로 본다. 하지만 오늘의 하락은 기술적 반락 이외의 의미는 아직 부여하기 어렵다. 향후 주가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보이게 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너무나 잘 알려진 재정절벽이나 FRB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치가 과도했던 것이라면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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