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치권은 물론 경제전반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포퓰리즘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파급효과가 워낙 큰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이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선이나 총선 등 굵직한 정치이벤트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대책, 벤처지원 정책 그리고 수많은 국책사업들까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의 포퓰리즘 정책은 그동안 우리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지기도 전에 정치적인 상품으로 포장되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겁니다.
<인터뷰>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과거에 취지도 좋고 이념도 좋은 공약정책들을 몇년간 해보니 폐해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폐기했었다..
똑같은 문제가 제기될 것을 알면서 또 실시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구호로 강조하는 경제민주화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논의됐던 해묵은 과제로 꼽힙니다.
특히 순환출자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은 참여정부 시절 논란이 됐었고 결국 수면아래로 밀려났던 대표적인 법안입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실현를 위해 연대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이번만큼은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다른 경제주체들은 살 수 없는 데 재벌기업만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전사적 성찰로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담론이 급부상..
재벌대기업이 해온 필요이상의 독점이나 특혜, 담합 등 무분별한 이윤추구에 대해서는 일정한 룰에 의해 공정한 경제환경으로 가는 방향이 시급하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가 5대 기업에 의해 지나치게 편중됐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각 정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역시 이론상으로 볼 때는 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정치논리로 변질되는 것에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로 인한 득실을 따지기는 커녕 여당과 야당이 서로 이슈를 선점하려는 경쟁구도로 가면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석 홍익대학교 교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결국 다수결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경제를 다수결로 해결한다는 것은 경제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말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것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라는 커다란 틀안에 여러 법안들을 목적보다는 수단을 위한 도구로 꿰맞추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이필상 고려대학교 교수
"정치 포퓰리즘에 의해 재벌개혁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정치구호로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이용된다면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논리 차원에서 우리경제의 구조를 바꾸고 선진화한다는 공약을 제기하고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스탠딩> 이준호 기자 (jhlee2@wowtvo.co.kr)
여당과 야당 모두 차기 정부의 핵심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앞다퉈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다른 `빈수레 공약`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보입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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