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지난주에는 이미 휴가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와 더불어 ECB의 정책과 발언을 지지한다는 깜짝 쇼를 보여줬다. 오늘 새벽에는 역시 휴가중인 독일의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독일의 북부 휴양지 질트섬에서 미국의 재무장관인 가이트너를 만났다.
만나서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논의를 했다는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가이트너는 독일의 재무장관을 만나고는 곧장 ECB 총재를 또 만나러 갔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 재무장관과도 전화 회동을 했다.
무슨 말을 이렇게 빨리, 그것도 여러 사람을 거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속도로 만나고 다녔다는 것에 대해 궁금한 것이 참 많지만 미국의 재무부는 이런 정도의 발표를 한다. 지속적인 자본확충과 세계 거시경제의 불균형 축소, 성장회복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이다. 너무 형식적이다.
그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가이트너가 질트섬에서 머문 시간이 고작 1시간 30분이다. 그 정도면 서로 인사하고 가벼운 안부를 물으면 끝나는 시간이다. 즉 가이트너는 독일의 재무장관을 설득하러 간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질트섬에서 머문 시간이 너무 짧다. 이미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약간의 뉘앙스라도 흘려준다면 추정을 해보겠지만 미국 재무부의 발표는 지극히 형식적이라서 단서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회담은 철저하게 비공개였다. 자신의 가족과 공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럽인들의 특성상 휴가지에서 공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외국에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그래서 시장에 대한 전략을 살짝 바꿔봤다. 사실 이번 8월 2일까지 들고 갈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별로 나올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나와 봐야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되어 있다면 굳이 좋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어제도 언급했듯 ECB 총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8월 2일 ECB 회의가 공개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주식 물량을 정리해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가이트너가 쇼이블레가 10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다는 기사를 봤다면 처음의 생각을 고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휴가지에서 그를 만났고 만난 시간이 고작 1시간 30분이었기 때문에 전략은 다소 수정되어야 한다. 워낙 천재들의 생각이니 우리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내놓았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이트너가 지난번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게스트로 참가했다가 오히려 유럽 재무장관들로부터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던 것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자존심이 센 유럽에서 미국정부가 관여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도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나를 믿으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그렇게 말을 해 놓고 금리나 살짝 내려놓고 만다면 앞으로 시장은 그를 완전히 불신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 그 자리에 올라갔다면 어쨌든 그가 한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뀐 전략을 말하겠다. 기존 ‘8월 2일 비중 축소’의 전략을 ‘가이트너의 패를 보고 결정하자’로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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