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삼성전자 7조7천억 투자 증가폭 1위
경기침체에도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대다수가연구개발 투자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실적 충격'을 낸 삼성전자도 치열한 정보기술(IT)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년보다 연구비를 10% 가까이 늘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10대 그룹소속 상장법인 중 연구개발비 분석이 가능한 55개 기업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모두30조1천1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27조8천145억원보다 8.28%(2조3천42억원) 늘어난 규모다.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보다 6천785억원(9.62%) 많은 7조7천35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써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상반기보다 1천127억원(15.89%) 늘어난 8천219억원을 사용하며 지난해 증가폭 기준으로 2위에 올랐던 LG전자를 제쳤다.
이어 두산중공업(933억원·65.97%), SK하이닉스(921억원·16.69%), LG디스플레이(726억원·8.86%), LG이노텍(487억원·31.75%), LG화학(464억원·14.36%) 등의 순으로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컸다.
증가율로만 봤을 때는 현대로템이 작년 상반기 8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74억원으로 연구개발비 규모를 337.18% 늘려 가장 앞섰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가 감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이어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컸던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는투자액을 줄였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작년보다 473억원(2.55%) 적은 1조8천7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중공업으로, 지난해 상반기 1천383억원에서 올해상반기 531억원으로 연구개발비를 절반 이상 삭감했다.
이외에 현대모비스와 LG유플러스가 연구개발비를 각각 82억원, 74억원을 줄였고, 현대건설(-55억원), SK이노베이션(-50억원), SK커뮤니케이션(-50억원) 등이 뒤를이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9개사)의 연구개발비 증가액이 6천559억원(8.37%)으로 압도적으로 컸다.
현대자동차그룹(9개사)은 총 1천795억원(11.67%)을 늘렸고, LG그룹(9개사)과 SK그룹(11개사)이 각각 1천253억원(3.83%), 1천137억원(12.92%)을 증액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액수 자체의 증가 폭은 961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았지만, 증가율로는 연구개발비를 36.37% 늘려 전체 그룹 중 1위에 올랐다.
전체 55개 상장사 중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기업은 31개(56.36%)였고, 줄어든 기업은 24개(43.64%)로 연구개발비를 늘린 기업이 다소 많았다.
10대 그룹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연구개발비 투자를 20%가량 늘린 바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연구개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올해 하반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반영됐다.
미국이 완연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적극적인 경기부양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기대에 힘을 보탠다. 더불어 국내 기업의수출과 관련해 악재로 꼽혔던 중국 경기 둔화도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구개발 성과가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개발은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일인만큼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같은 노력이 제품 상용화나 유망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투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령, 과거 노키아가 애플보다 연구개발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실질적인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에도 특히 IT업체들은 날로 거세지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애플 외에도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의 과거보다 향상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국내 IT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연구개발비를 1조3천억원 가까이 늘렸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의 연구개발비 투자액은 줄었지만,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주요IT계열사의 투자는 확대됐다.
김 연구원은 "기존 사업이 한계점에 도달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거나 세계적 경쟁이 격화됐을 때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다"며 "연구개발이 향후 투자 확대를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면에서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말했다.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