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원 "2대주주 쉰들러 자산매각 제동 걸 듯"'현대상선 자산매각→주가하락→파생상품 손실' 악순환
현대엘리베이터[017800]의 파생상품 계약 문제를 털어내지 않으면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에 제기된 파생상품관련 소송들이 현대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안 이행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형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안에는 현대상선[011200]의 알짜 사업부문인 항만터미널 사업과 벌크 전용선 매각이 포함돼 있다"며 "사업부문 매각에 성공해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수익창출력이 약해진 탓에 현대상선주가는 약세를 띨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맺은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요주주들이자산 매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와 소액주주인 현대증권[003450] 노동조합은 회사를 상대로 각각 7천억원, 68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현대상선 주가'는 어느 순간부터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가 됐다.
현대그룹은 지배주주인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를 동원, 파생상품계약을 유지해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2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 계약 상대방이 취득한 현대상선 주식의 의결권을 양도받는 대신,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 계약 상대방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다.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상 중간 지주회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현대그룹이 보유한현대상선 지분율은 27.6%, 범 현대가는 29.1%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우호 주주를 확보하려는 방편으로 파생상품계약을 고안한 셈이다.
이민형 연구원은 "특정 계약의 경우 현대상선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소정의 금액을 상대방에 지급하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이후 닥친 해운업 불황으로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자 현대엘리베이터는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4천470억원이나 봤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운영 자금을 확보하려고 네 차례에 걸쳐 6천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자구책에 포함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역시 파생상품계약의 영향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계획된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가처분 금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반복된 유상증자로 2009년 말 700만주였던 발행 주식 총수는3년 만에 2천만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은 주당순자산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자구안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무엇보다도 파생상품계약문제를 풀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이 복잡한 파생상품계약을 정리하더라도 여기에 드는 이행금이 또 다른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정산 부담은 약 4천억원에 이른다. 적시에 자구안을 이행해 파생상품 관련 부담을덜어내야하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구안에 포함된)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의 경우 자금 조달 시기와 규모가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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