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17개 중 9개사 정관 온통 한자로 만들어
"本 會社가 有償增資, 無償增資 및 株式配當에依하여 新株를 發行하는 경우 新株에 對한 利益의 配當에 關하여는 新株를 發行한때가 屬하는 事業年度의 直前 事業年度末에 發行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인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의 정관 가운데 일부다.
회사가 유상증자, 무상증자, 주식배당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신주에도 발행당해부터 배당을 해준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배당에 관한 내용이지만 한글 병기 없이 모두 한자로작성된 데다 문장구조가 복잡해 한글로 풀어놓아도 해석이 어렵다.
이처럼 한자가 남발된 상장사들의 정관이 주주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12개 기업의 정관이 한자로 작성됐다.
이 중 삼성전자, 삼성물산[00083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호텔신라[008770], 에스원[012750] 등 8개 기업이 삼성그룹 계열사다.
삼성그룹은 코스닥 상장사 크레듀 등 증시에 상장된 17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이상인 9개사에서 한자 정관을 쓰고 있다.
삼성 계열사를 제외하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SK텔레콤[017670], 오리온[001800], 유한양행[000100], 대한항공만이 한자 정관을 사용하고 있다.
정관은 신주인수권, 주식매수선택권, 배당기산일 등 주식에 대한 내용에서부터의결권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주주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명시된 문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유가증권시장 39개 상장사가 정관에서 사업목적을 변경하겠다는 안건을 올렸고 임원퇴직지금규정,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한 안건도 각각 9개사, 5개사가 올릴 정도로 변경이 잦은 편이다.
이런 정관이 한자로만 돼 있는 경우 주주권 훼손이 따르는 정관 변경이 있어도투자자들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한자에 익숙지 않은 투자자에게한자 정관은 특히나 고역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그간 투자설명서 등에서 어려운 한자와 외래어를 걷어내는 작업을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감독원이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어려운 한자어 36개 등 금융용어 114개를 알기 쉽게 개선했다.
그러나 한자어가 남발된 정관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기업 공시 규정상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의공시서류는 한글 작성이 원칙이지만 정관은 사업보고서에 붙는 첨부서류로 분류되기때문이다. 한자로 작성해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은 중복 해석의 여지를 막고자 한자 표기를 고수한다고 주장하지만,한자 정관의 한글 변환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6년까지 한자 정관을 쓰던삼성생명은 2007년부터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이민형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정관에서 한자와 한글을 병행 표기해달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가 기본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주주 가치를 보호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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