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자국 통화 절상을 막으려는 '환율전쟁'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했다.
세계 주요국의 양적완화 추세는 물론이고 그 결과물인 일본 엔화 약세와 원화강세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려됐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86.5원으로, 4년 8개월 만에 100엔당1,100원대를 하향 돌파했다. 달러당 원화 역시 한달 새 4.9% 상승했다.
아태 지역에서도 지난 수년간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여온 국가의 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 강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레이엄 휠러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최근 뉴질랜드 달러를 매도함으로써 환율 시장에 개입해 왔다고 밝혔다.
휠러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당일 뉴질랜드 달러는 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시장의 호응을 샀다.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7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그 배경에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뿐 아니라 2년 넘게 계속되는 호주 달러 강세가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지난달 말 특별예금(SDA) 금리를 인하했다.
태국 역시 바트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 연초보다 7∼8% 오르자 정부가 급격한 통화 절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지난달 말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각국 정부가 나선 것은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통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방해가 되므로 수출과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태 지역 국가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통화 강세의 이면에는 세계적인 양적완화 추세에 따른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입이 있다.
이 자본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단기성 투기 자금)라면 향후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하게 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총 640억 달러로, 전월보다는 9.8%, 전년 동월보다 42%나 증가했다. 채권 발행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또 금융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집계하는 아태펀드는 9주연속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외국 자본의 유입은 환영할 일이지만, 실물 경제가 탄탄하게 받쳐주지 않는 곳에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면 통화 가치만 끌어올려 수출과 경제 성장을 저해할수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인 만큼 선진국발 양적완화는 자국 경제를 지키려는 세계적인 '통화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폴 램버트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 외환·고정자산 책임자는 8일 런던에서 열린유로머니 콘퍼런스에서 "점점 더 많은 나라가 환율이 한 부분을 차지하는 통화 정책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세상에서는 우리가 적응해온 학문적인 경제 환경과잘 들어맞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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