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국내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있는데도 '투자 위험경보'인 투자주의종목 지정 건수가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강세장에 투기 조짐이 강해지는데, 약세장에서 경보가 울리는 이유는 뭘까.
증시 전문가들은 그간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거침없는 상승이 투자주의종목 증가에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며 주식시장 투기를 과열시킨 측면도 있다.
◇ 약세장에 '투기 종목' 증가…중소형주 강세가 이유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투자주의종목 지정 건수는유가증권시장 696건, 코스닥시장 329건으로 1천25건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390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주의종목이 급등한 주요 원인은 작년 10월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도투자주의종목 지정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ELW 투자주의종목 지정 건수가 452건에 육박한다.
투자주의종목은 ELW를 제외하고서도 대폭 증가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투자주의종목 지정 건수는 123건으로 작년 동기(83건)보다 48.2% 늘었다. 코스닥시장 지정 건수는 329건으로 작년 동기(307건) 대비 7.2% 증가했다.
투기적이거나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들이 한국거래소가 정한 요건에 따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다.
보통은 강세장일 때 투기 조짐이 강해진다. 투자자들이 장밋빛 미래를 바라보며증시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강세 대열에서 사실상 홀로 배제되는 등 침체했는데도 과열 조짐이 강해진 이유는 뭘까.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시장을 이끈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는 5.45% 하락했다. 반면 중형주는 2.90% 올랐고 소형주 역시 6.92% 상승했다.
코스닥지수가 9.89%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4.05% 떨어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가 더이상 시장을 끌고나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며 중소형주에 관심이 집중됐다"며 "시가총액 300억∼400억 수준의 중소형주는 매수가 조금만 들어와도 주가가 쉽게 뛴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주의종목을 넘어서 투자경고종목으로까지 지정된15개 종목 가운데 11개 종목이 시가총액 1천억원 이하의 중소형주였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따른 기대감이커진 데다 원화 강세로 내수주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며 "수출 중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잇단 경고 "부당이득 환수할 것" 대선 이후 정책수혜주, 정치인 테마주 등 각종 테마주가 난립한 것도 투자주의종목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오픈베이스[049480]는 올해 10차례나 투자주의종목으로지정됐고 다믈멀티미디어[093640]와 우성사료[006980]도 각각 9차례, 5차례 투자주의종목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 수혜주로 꼽힌 대성창투[027830]는 5차례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일부 종목에 대한 투자과열 현상과 중소형주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가 급등락에 따른 피해를 막겠다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열린 취임식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계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불공정거래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관 사이 협력을 통해 주가조작 감시에서부터 제재에 이르는 신속한 대응 체계를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신 위원장은 또 "부당이득을 신속하고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며 과징금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바 있다.
한국거래소도 각종 투자경보 제도를 보강하고 예방 감시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주의종목 지정 등 시장경보 제도가 추종 매매를 억제하는효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경보 제도 강화보다는 주가조작범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주의종목 지정 등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주가조작 세력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 문제인 만큼 과징금 등 주가조작범에 실질적 피해를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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