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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서 300억 날렸어요"…韓 출판사 대표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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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서 300억 날렸어요"…韓 출판사 대표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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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이 끝났는데도 우리 책이 계속 팔리고 있었습니다."


    국내 아동도서 출판사 케이블러썸의 이모 대표(53)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자사 도서가 무단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4년 전 저작권 계약이 종료된 아동 영어 전집 '잼잼 잉글리시'가 매달 수천 세트씩 현지에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중국 출판사가 우리 책을 러시아 동남아 아랍권 등 제3국으로도 수출해 회사 판로가 사실상 차단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국 아동도서가 저작권 계약 종료 이후에도 중국 전자상거래와 숏폼 플랫폼을 타고 무단 유통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 과정에서 제공된 원본 파일을 활용해 중국계 출판·유통업체들이 불법 인쇄와 판매를 지속하면서 국내 출판사들이 보는 저작권 관련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헐값에 팔리는 ‘해적판’
    1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20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잼잼 잉글리시 전집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298~350위안(약 5만~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타오바오, 알리바바, 핀둬둬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도우인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한 홍보·판매까지 이뤄진다.


    케이블러썸은 2016~2018년, 2019~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출판사와 도서출판 계약을 체결했다. 저작권자가 원고(PDF)를 제공하면 현지 출판사가 인쇄·판매를 맡고, 계약 기간 동안 인쇄 수량과 판매 내역을 보고하는 구조였다.

    2022년 중국 출판사가 판매 부진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한국 측은 이를 받아들여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문제는 계약 종료 이후에 발생했다. 이 도서 전집은 지금도 중국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일부 플랫폼에서는 출판사명만 교묘하게 바꾸거나 두께 등을 변경해 유통된다.





    한국 아동도서 '해적판'으로 큰돈을 버는 수법은 중국 출판업계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국내 아동도서 출판사 푸른 하늘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푸른 하늘이 발간한 아동 영어 전집 '잉글리시 애플'은 2017년 체결한 현지 출판사와의 저작권 계약이 5년 뒤 종료됐지만 이후에도 현지에서 계속 유통되고 있다. 피해를 본 출판사들은 현지 당국에 제소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왜 韓 아동 도서가 표적이 됐나
    중국에서 한국 아동도서가 반복적으로 표적이 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동도서는 현지화를 위해 완성된 원고와 일러스트 파일을 통째로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파일이 한 번 넘어가면 현지에서 인쇄와 재편집이 쉬워진다.




    표지와 구성, 권수를 일부 바꿔 판매하면 국내 출판업자들이 저작권 침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거나 아예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의 시장 환경 역시 불법 유통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동도서는 중국 전체 도서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이렇다 보니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직영 사이트뿐 아니라 숏폼을 통해 유통되면서 판매 링크가 수시로 바뀌고, 책 표지와 크기 등이 수정되는 탓에 인쇄 수량과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케이블러썸은 저작권료와 총판매금액을 포함해 피해 규모를 연 300여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가 발생해도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김경환 저작권법 전문 변호사는 "저작권은 베른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보호되지만, 해외에서 침해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에서 직접 고소나 소송을 제기해야 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며 "개별 업체가 각각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와 유관 협회 등이 협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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