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9승을 보유한 '베테랑' 맷 쿠처(미국)가 이번엔 아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PGA챔피언스 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우승상금 20만달러)에서다.
쿠처 부자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GC(파72·710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2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14개를 치며 18언더파 54타를 합작했다. 이틀 합계 33언더파 111타를 기록한 쿠처 부자는 공동 2위인 데이비스 러브 3세 부자(미국), 존 댈리 부자(미국)를 7타 차로 크게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아들 제이슨과 함께 달성한 28언더파를 1년만에 갈아치우며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이 대회는 선수가 가족과 함께 2인 1조로 출전한다. 이틀간 각자 샷을 친 뒤 더 좋은 자리에 있는 공으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승이 확정되자 쿠처는 가장 먼저 자신의 아버지 피터를 떠올렸다고 한다. 테니스 선수 출신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쿠처의 골프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맷을 골프의 길로 이끌었고, 그의 캐디를 맡으며 9승을 일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피터가 지난 2월 결혼 50주년 여행 중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쿠처 가족에게는 올해가 처음 피터 없이 맞은 PNC 챔피언십이었다.

이날 쿠처 부자는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쿠처는 2019년 소니오픈에서 9승을 달성한 이후 PGA투어에서 우승소식이 끊겼지만 주니어 선수인 아들 캐머런과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이틀 간 파를 단 5개만 기록할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를 했다. 쿠처는 "캐머런 덕분에 퍼터를 5번 밖에 잡지 않았다"며 아들에게 공을 돌렸다.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앞두고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18번홀에서 너무 떨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공이 핀 한발짝 옆에 붙었다"며 "분명 무언가 큰 힘이 작용한 것 같았다. 아버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리움도 전했다. 그는 "제 모든 트로피 옆에는 늘 가족사진이 있다. 하지만 올해 우승사진에는 소중한 얼굴 하나가 빠지는 점이 슬프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