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해 미증유(未曾有)의 고지 ‘사천피’(코스피지수 4000대)를 넘은 코스피가 연말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코스피는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 원인으로 꼽히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을 내세우자 단숨에 4000선을 뚫었다. 한경닷컴은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 국내 증시가 올해와 같이 힘차게 달릴 수 있을지 주요 증권사 8곳에 전망과 대응전략을 물었다.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내년 국내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유망 업종으로 이견 없이 ‘반도체’를 첫손에 꼽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전력 인프라와 조선·방산 등 산업재도 복수의 리서치센터장에게 유망 업종으로 선택됐다.
“삼성전자, 내년에 100조 번다”…수혜 집중될 소부장 종목은
24일 한경닷컴이 국내 대형증권사 8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내년 주식시장의 유망 업종 3개를 순서대로 꼽아달라’고 요청한 결과, 모두가 예외 없이 첫 번째로 반도체를 지목했다.
반도체 산업분석 애널리스트를 겸하고 있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컴퓨팅이 추론으로 확장돼 AI 서버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로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뿐만 아니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그래픽DDR, 엔터프라이즈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까지 메모리반도체의 모든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김동원 본부장은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범용 메모리반도체 공급능력 측면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1위이면서도 밸류에이션(재무제표 대비 주가 수준)이 극단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주문형 반도체(ASIC)를 활용하는 빅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다변화된 고객 기반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내년 HBM 출하량이 올해 대비 3배 증가할 것”이라며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올해 16%에서 내년 35%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추정치가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5조4387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11.46% 높아졌다. 특히 12월 들어 키움증권(107조6120억원), 미래에셋증권(104조2000억원), 하나증권(112조8194억원), 대신증권(110조7810억원) 등 네 곳이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로 100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05% 상향돼 76조1434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호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혜가 기대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어디일까.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RX 반도체 업종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최근 한 달 동안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많이 상향된 종목은 원익IPS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534억원으로, 최근 한 달 동안 3.33% 높아졌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익IPS는 삼성전자 증설의 대표적인 수혜주”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선단 공정에도 대응할 수 있어 내년 하반기 미국 테일러 공장의 장비 납품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내년 조선주 중 수익성 가장 좋을 것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유망한 업종으로는 전력 인프라, 조선, 방산 등 ‘산업재’가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산업재 전체를 제시했다.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원전과 전력기기 등 전력인프라를,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조선을, 대신증권은 방위산업을 각각 두 번째 유망 업종으로 뽑았다.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내년 증시의 하방을 지지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업이익의 성장세로, 이익 수준이 높아지는 업종에서 기회를 찾는 게 유리하다”며 “업황 전망 측면에서 반도체에 더해 산업재가 가장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산업재로 분류한 종목 54개 중 최근 한 달 동안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많이 상향 조정된 종목은 HD현대중공업이다. 현재 3조1836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한 달 전보다 15.14% 늘어난 수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조선업 호황 사이클에서 경쟁사들보다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반영한 밸류에이션은 경쟁사들 대비 할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HD현대중공업은 엔진사업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선 분야의 경쟁력, 우수한 수익성만을 반영해도 경쟁사 대비 할인보다는 프리미엄을 받는 게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한화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한 달간 9.12% 상향 조정돼 산업재 업종 기업 중 두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한화그룹에서는 최근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과 조선(한화오션)이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산업재 분야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32.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초고압케이블과 변압기 등을 만드는 일진전기의 내년 영업이익 눈높이가 같은 기간 6.77% 상향돼 세 번째로 전망치 상승률이 돋보이는 기업으로 꼽혔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진전기에 대해 “제2공장 증설 효과가 내년엔 온전히 매출에 반영되며 전 부문의 외형이 커질 것”이라며 “신규 공장의 초기 생산성 저하 우려가 있지만, 이미 확보된 마진이 높은 수주 물량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