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물보안법 시행이 임박하며 시선이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로 향하고 있다. CDMO 상당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면서다. 국내 CDMO 기업들이 중국의 확실한 대체재로 자리잡을 경우 K바이오 업계 전반에 낙수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美 생물보안법, 연내 시행 유력
1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961년 처음 제정된 NDAA는 국방 예산 총액과 안보 관련 이슈를 규정하는 법으로 매 회계연도마다 새로 제정되는 연례법이다. 미국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행정부와 관계없이 최우선순위로 통과된 법으로 통상 상원 통과로부터 수일 내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시행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바이오기업이 ‘우려 기업’으로 지정된 중국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금지하고, 중국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회사와도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은 당초 NDAA의 일부가 아닌 독립 법안으로 지난해 9월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당론으로 밀어붙였고, 민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생물보안법을 NDAA에 포함시켰다.
업계에선 한국이 생물보안법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온다. 법이 본격 시행되면 2032년까지 최대 CDMO 기업인 우시를 비롯한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해 대체 파트너 기업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바이오기업의 79%가 중국 CDMO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지난 몇 년 간 자체 생산에서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것으로 생산 전략을 바꿔왔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8년 71%에 달했던 글로벌 제약사의 자체 생산 비중은 2028년 48%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유한화학·삼바 최대 수혜기업 전망
한국 기업이 중국의 대체재로 부상한 건 품질과 생산능력이 검증돼서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유한화학이 대표적이다. 유한화학의 생산능력은 경기 안산과 화성 공장을 합해 총 99만4000ℓ에 달한다. 여기에 화성 공장에 약 29만ℓ 규모로 추정되는 생산 시설 추가 증설에도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시장 전망에서 “저분자화합물 CDMO는 대부분 중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는데 중국이 배제될 경우 유한화학의 수혜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주요 고객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 물량 증가뿐 아니라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 물량 수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수준인 18만ℓ 규모의 5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단순 수주 확대를 넘어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직접 확보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빅파마들은 CMO 생산 시설을 분산하는 ‘듀얼 소싱’을 선호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진출은 수주 저변을 확대할 주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가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생물보안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공급망의 판을 흔드는 거대한 기회”라며 “CDMO 기업들의 수주 증가는 결국 이들에게 원부자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에게까지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