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철강, 알루미늄 등에 부과하기로 한 ‘탄소국경세’를 완제품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 업체가 원자재가 아니라 완제품을 수입해 과세를 회피하는 우회 전략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EU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이달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10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협상으로 지연됐다. 수정안에 따라 탄소국경세는 세탁기, 정원용 공구, 자동차 문, 주방용 오븐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을 비롯해 알루미늄, 비료 등 7개 수입 품목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앞서 EU는 역내 기업 제품이 외국산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CBAM 도입에 합의했다. 유럽 기업은 기후 규제뿐 아니라 배출권거래제(ETS) 등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는 건 세계에서 처음이다.
완제품에도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한 건 수입 업체의 우회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에 가공시설을 세운 뒤 CBAM 적용 품목을 완제품으로 제조해 세 부담 없이 EU로 들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선 이번 확대 조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각종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가 확대되더라도 기업이 제품 부족과 가격 급등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중국과 인도 등 주요 교역국도 CBAM을 환경정책이 아니라 무역장벽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EU는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CBAM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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