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재차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규모와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고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인한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 회장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페이퍼컴퍼니 2곳을 동원해 500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실은 전 회장이 회삿돈 4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 회장이 2008~2017년 삼양식품에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를 납품하는 계열사가 따로 있음에도 유령회사가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자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원을 선고했다.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에 연루된 삼양식품 등 계열사에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가 실체를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라 하더라도 자기들 명의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급·수취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며 "전 회장이 재화나 용역 거래 없이 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계열사 2곳이 자기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며 외부 거래 부분은 무죄로 보고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억5000만원을 선고하고 삼양식품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무죄로 본 일부 거래가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전 회장은 영업이 부진한 자회사에 거액을 대출하도록 한 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9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