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혼자 일하던 20대 여성이 자신을 공격한 남성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경찰은 이 여성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편의점 본사는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미국 오클라오파시티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 남성에게 총격을 가한 직원 스테파니 딜리아드(25)가 최근 해고됐다.
딜리아드는 이 남성이 육포와 아이스크림 등을 계산대에 올린 뒤 100달러 지폐 한 장을 내밀었지만 위조지폐로 의심했고 결제를 거절했다. 지폐를 내민 50대 남성 A씨는 딜리아드를 향해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이후 계산대 안쪽으로 넘어와 딜리아드의 목을 양손으로 감싸 쥔 채 밖으로 밀어냈다.
딜리아드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몸이 제압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릿속엔 '지금 살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딜리아드는 결국 자신의 갖고 있던 권총을 꺼내 A씨의 복부를 향해 한 차례 발사했다. A씨는 매장을 빠져나갔고 인근 도로에서 스스로 911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병원에서 A씨를 체포했고 살해 협박, 위조지폐 사용 시도, 폭행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딜리아드에 대해선 형사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의 법에 따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대응은 달랐다. 딜라이드는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뒤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서 "회사 정책 위반으로 더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본사는 매장 근무 중 직원이 개인 총기를 휴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딜리아드는 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다.
3남매를 둔 딜리아드는 2년 넘게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혼자 야간 근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 매체를 통해 "직장을 잃느냐, 목숨을 잃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같은 상황에서 다시 총을 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간에 혼자 매장 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가 주목받게 됐다. 총기권리 옹호 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선 세븐일레븐 본사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법 집행기관이 정당방위로 판단했는데도 회사가 일률적인 규정만을 근거로 해고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딜라이드는 해고된 이후 생계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통해 "좋은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궁지에 몰린 순간에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두려움만 느끼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