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불러온 인공지능(AI)발 훈풍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터치했다. 삼성전자는 10만원, SK하이닉스는 60만원의 고지를 뚫었다. 증권사들은 서둘러 코스피지수의 내년 예상치를 올려잡고 있다.
○APEC발 훈풍 지속
3일 코스피지수는 2.78% 급등한 4221.87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 투자자가 64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가도 1950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796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APEC 기간 발표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처리장치(GPU) 26만장 공급, AWS의 국내 신규 AI데이터센터 구축 발표 등을 계기로 국내에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자 관련 종목이 크게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0.91% 급등한 6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처음으로 ‘62만닉스’ 고지를 밟았다. 삼성전자도 3.35% 오른 11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10만원을 넘긴지 3거래일 만에 11만원 선을 뚫었다.
다만 매수세는 대형주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거래대금은 6조7685억원에 달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18조7184억원)의 3분의 1이 두 종목에 몰린 셈이다. 지수가 4200을 뚫었지만 상승 종목은 289개에 불과했다. 하락 종목은 615개에 달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주(株)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둔화하는 경기와 상관없이 AI 투자 사이클을 통해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는 종목에만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조정 올까
주가 지수가 파죽지세로 오르자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치를 올려잡고 있다. 이날 유안타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종전 3300~4000에서 3800~4600으로 상향했다. LS증권도 이날 내년 상단 예상치를 기존 4100에서 4500으로 올렸다. 대신증권은 내년 4000 후반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각각 5000, 4600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5000까지는 약 18%(778포인트) 남은 상태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자본시장 성진화 정책이 연말 발표된다면 유동성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5000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밸류에이션 상승만으로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지수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액티브ETF 본부장은 “마이크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13배인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아직 저렴하다”며 “SK하이닉스의 이익 추정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시가총액이 2배 이상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전망처럼 내년 코스피지수 5000을 당장 달성하기엔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직전 강세장이었던 2003~2007년 당시엔 코스피지수가 2003년 32%, 2004년 10%, 2005년 50%, 2006년 4%, 2007년 40% 올랐다.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하지 못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좋아질 기업실적까지 미리 반영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상승 속도가 올해보다 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하게 상승한 만큼 조만간 10~15% 수준의 기계적 조정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은 조정 국면에 국내 증시에 진입하기 위해 대거 대기중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85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기준금리 동결 △엔비디아의 실적 증가율 하락 등을 조정 계기가 될 수 있는 이벤트로 꼽았다. 김영일 센터장은 “조정이 왔을 땐 반도체 조선 등 기존 주도주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심성미/전범진/맹진규 기자 smsh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