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대장)이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며 병력 등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 기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 관련한 질문에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북쪽 국경엔 핵 무장한 적이 있고, 러시아도 북한과 함께 (역내) 관여를 늘리고 있으며 중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러시아 등의 위협에도 대응하도록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병력 감축이나 조정)관련하여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 공군의 F-35 등 5세대 전투기를 6개월 전부터 한국에 배치한 사실을 언급하며 "보유한 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운용할 때 더 나은 방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초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실시한 연합훈련을 지목하며 "러시아 극동함대가 동해 방면으로 남하했고, 중국 해군은 제주도 남방을 돌아 합류해 함께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했다"며 "두 나라가 함께한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며 중국의 훈련은 (실제상황에 대비한) 예행연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증가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잇따라 훈련을 실시하고, 대한해협 동수로에서 5세대 전투기 J-20을 동원한 통과 비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어업용으로 주장하는 구조물을 설치한 데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의 행태는 섬뜩할 정도로 남중국해(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 등)를 떠올리게 한다"며 "한국의 주권이 다른 나라에 의해 침해당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전쟁 발발시 주한미군 때문에 한국이 원치 않는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이 대만을 지원하며 한국에 무조건 함께 가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현재) 한국에 요청된 것은 북한을 상대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라는 것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무력 충돌 등 우려와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해당 지역에만 국한될 것이라 믿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며 (한국은 북한만 상대한다는 식의) 고립주의적 사고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한국, 필리핀을 삼각형으로 이으면 그 지역 내에서 세계 교역량의 52%가 이동한다"며 "역내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에 맞게 국가들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그 어떤 협정·합의에도 특정 적대 세력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문제(적대세력)이기에 우리는 북한을 말하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중국이 명시적으로 한국에 적대적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외교가 언제 실패할지는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고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대비하고 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연합사령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전작권 전환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으며 단순히 (전환을) 완료했다고 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한·미 모두에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이행해 나가면서 (정치적 협상 등으로) 기존 조건들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지휘통제, 탄약, 능력 관련 조건들 모두 여전히 유효한 조건들이며, 그 조건들은 설정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쉬운 지름길을 택하게 되면 한반도 내 전력의 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