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교과서 등 저작물을 학교에서 교육할 목적으로 사용·복제할 경우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출판권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작권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서적·교과서 등을 출판하는 A회사가 저작권법 63조의2 등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7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법 25조는 저작물을 학교 등에서 교육 목적으로 이용할 땐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다만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서적 등 3개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을 갖고 있던 A사는 출판권자에 대해선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는 같은 법 63조의2가 출판권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출판권 설정 계약이 이미 체결된 저작물의 경우 출판물 복제 등으로 출판권이 침해되는 정도가 저작재산권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데도 출판권자에게 보상금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동시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헌재는 재산권 침해와 평등 원칙 위반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 행사와 별개로 출판권자가 그 권리를 침해받을 경우 침해의 정지·예방·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학교 등에서의 저작물 무단 복제에 따른 출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 같은 구제 수단을 활용해 출판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봤다.
현행 규정상 고등학교와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한 경우 저작재산권자에게도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출판권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설계돼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제삼자가 간행물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인쇄의 형태로 출판’한 때에 해당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간행물 중 일부를 발췌해 교육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출판권자의 권리 행사에 곧바로 어떤 장애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심판 대상 조항이 출판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사는 도서관에 의한 저작물 이용과 달리 교육 목적 저작물 이용의 경우에만 출판권자에 대한 보상을 배제한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디지털 형태의 도서 출력’, ‘도서관 간 자료의 전송’의 경우에만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이지, 도서관 내에서 종이로 인쇄된 간행물 자체를 복제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건 아니다”라며 평등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