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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장인데 잔칫상은커녕…한국거래소 '70년 철옹성' 흔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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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장인데 잔칫상은커녕…한국거래소 '70년 철옹성' 흔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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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의 파이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상반기 예상치 못한 증시 폭등장이 연출되면서 한국거래소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모양새도 빠르게 나타났다.
    넥스트레이드 2분기 거래대금 385조 달해
    28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거래대금(프리·정규·애프터마켓)은 약 385조6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3월 갓 출범한 넥스트레이드가 3개월 동안 끌어모은 돈이다.

    시간대별로 각각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 69조원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20분) 264조원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 53조원을 기록했다. 프리·애프터마켓의 거래대금 합이 전체의 32%에 달하는 등 정규장 못지않게 활발한 거래수요가 확인됐다.


    전에 없던 거래시간에 시장이 생기면서 거래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거래소의 정규장 거래가 분산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넥스트레이드 거래의 약 70%가 한국거래소와 직접 경쟁하는 정규장 시간대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복수 거래소 체제에서는 'SOR'(스마트 오더 라우팅) 시스템이 작동한다. 투자자가 주문을 넣으면 두 거래소 중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인 곳으로 체결된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는 올 3월 출범하면서 1956년부터 7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를 깼다. 만일 2분기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이 한국거래소의 몫이었다고 가정할 경우 거래소가 이번 분기에 얻었을 수수료 수익은 약 175억원으로 추산된다. 거래 한 건당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 모두에게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감안해 전체 거래대금 약 386조원에 2를 곱한 뒤, 거래소 수수료율 0.0022763%를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700억원 규모다.


    한국거래소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2024년 한 해 한국거래소의 영업수익(매출)은 6647억원이다. 이 중 수수료 수익이 544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1.93%에 육박한다. 넥스트레이드의 연간 수입 700억여원은 수수료 수익 대비 약 13%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 내에서 '복수 거래소 체제의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다 진짜 무너진다" 위기감 커진 한국거래소
    상황이 이런 탓에 한국거래소 내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소의 핵심 수익원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최근 여의도의 한국거래소 본관 로비 1층에 걸린 대형 현수막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21일 높이 4.7m, 너비 4m 크기의 근조 현수막에 "한국거래소의 미래가 운명을 다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노조는 현수막에 "ATS에 점유율 넘겨주고 거래소는 한국의 대표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했다"며 "비용 보전도 안 되는 ATS의 무임승차에 거래소의 시장관리 기능은 운명했다"고 적었다.

    현수막엔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쟁사에 침묵하는 경영진"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넥스트레이드 수백여 개 종목이 이미 규정상의 한도를 초과했음에도 제동 없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투자자들 편익 제고 측면에서 ATS 자체에 대해선 적극 찬성"이라면서도 "거래소는 설비·인력 투자 비용이 막대한데 ATS는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취하고 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도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아쉽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ATS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 개별 종목 거래량은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넘으면 넥스트레이드 거래는 중단돼야 한다.


    애초 법에서 ATS 거래에 제한을 둔 이유는 증권시장 핵심 기능을 도맡은 기존 한국거래소의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ATS는 이런 기능들이 미비하기 때문에 거래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시장 질서나 시세 형성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에선 한도 초과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이미 350여개 종목이 개별 종목 거래량 한도를 초과했다. 5월 말에는 점유율 한도를 초과한 종목이 약 570개로 늘었고, 6월 초에는 630개로 더 늘었다. 규정대로라면 넥스트레이드 출범 6개월째가 되는 9월 초에는 종목 대다수의 거래가 제한될 전망이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에선 800여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거래소에 시장 유지비 납부 방식"
    갑작스런 증시 폭등장에 입지를 넓힌 넥스트레이드는 얼떨떨하다는 반응이다.



    '틈새 시장'인 출퇴근 시간대를 겨냥한 만큼 어느 정도의 거래 유입은 예상했지만, 단기간 이렇게 빠르게 거래가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와도 맞물려 정규장 거래까지 빠르게 흡수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맞았다.

    출범 5개월도 채 안 된 가운데, 장기간 시장을 독점해 온 거래소의 견제를 받는 상황은 부담이다. '무임승차'라는 거래소의 지적도 억울한 지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상장과 청산 등 인프라가 없는 넥스트레이드의 구조는 당초 출범부터 예정돼 있었고, 당국과 거래소가 함께 정한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작동하고 있단 것이다.

    거래량 한도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넥스트레이드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투자자들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하루 수십만 명씩 이용하는 시장의 문을 갑자기 닫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유예가 아니고선 딱히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업의 상장 심사관리·시장감시·청산결제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지 않는 대신, 해당 업무를 도맡고 있는 한국거래소에 청산결제 수수료와 시장감시 위탁 수수료 등 시장 유지비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비용은 연 단위로 정산되며, 후불 방식이어서 첫 납부는 내년 초 예정돼 있다.

    때문에 증시 급등으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이 늘면 그만큼 거래소가 받는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성장 자체가 반드시 거래소에 일방적 손해나 부담으로만 볼 수 없단 의미다.
    "복수 거래소 체제, 과도기 나타난 진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혼란이 복수 거래소 체제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진통'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한 박사는 "당장 ATS 거래량 한도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시장 구조 변화와 투자자 편익, 기존 인프라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정규거래소 외 세 곳의 대체거래소(PTS)를 운영 중인 일본의 사례를 보면 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왔다. 일본 금융청은 줄곧 시장 전체 거래 비중의 최대 1%, 개별 종목 기준 최대 10%로 제한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부터 일부 PTS에 한해 시장 비중 10%, 종목별 20%까지 확대를 허용했다. 이마저도 국내(시장 15%·개별 종목 30%)보다 규제 수위가 더 강하다.

    금융당국도 성급한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지 5개월 도 안 됐는데 바로 규제를 손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당초 이 규제가 도입된 취지도 있고 향후 추가 ATS가 생길 상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해외 유사 사례들을 살펴보는 등 한국거래소와 ATS 양측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두 기관이 건강한 경쟁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길 기대했다. 거래소는 현재 '12시간 거래'를 추진 중인데,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경쟁사가 생기면서 거래소 발걸음도 빨라진 셈이다. 또 넥스트레이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간 외 시장을 정규장처럼 가동한 만큼, 거래소는 이를 '파일럿' 삼아 시스템과 정책 설계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ATS의 도입 취지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증권시장의 발전이었는데, 이런 관점에서 두 기관의 경쟁은 그런 조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자 편익 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과도기는 필요한 구간"이라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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