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다중 갈등, 지방 소멸….’
한국 사회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수준의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70여 년간 격동기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구조적 불평등, 정치적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에 따르면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 ‘자연적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루빨리 사회적 개혁과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갈등은 전방위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할 매개체가 없는 가운데 노사, 지역, 세대, 성별, 계층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구조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선혁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자신을 불행한 사회의 피해자로 간주하며 타인의 입장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며 “다중 갈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저출생과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지방 소멸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조인영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돼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이 때문에 지방 경제가 더욱 쇠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각자도생 사회’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경제가 고속 성장하고 정치 민주화가 이뤄지던 시기에 우리가 꿈꾸던 사회는 잘사는 나라, 독재가 없는 나라로 비교적 명확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비전이 약해지고 결핍됐다. 김 교수는 “미래 비전과 방향성에 관한 대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며 “논쟁과 토론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그 시작으로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먼저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공동 번영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옆 사람을 밟고 올라가야 잘살 수 있다는 신념에 기초해 행동하다 보니 공동체 의식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믿음이 회복되면 사회 내 혐오와 갈등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변화도 필요하다.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청렴성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 김 교수는 “자기 성찰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정부를 갖춰야 한다”며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파벌주의와 분열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를 지양하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제도·문화적 장치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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