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 리스크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는 지난해 말 ‘건설사의 새해 아파트 공급 물량’을 조사하고,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올해 시공능력평가 300위 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 공급 물량을 조사한 결과 47개 건설사가 270개 단지에서 24만9087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이 13만6428가구, 지방은 11만2659가구로 집계됐다. 건설사가 작년 말 수립한 올해 연간 분양 목표치(27만9826가구)보다 10.9%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목표 대비 실제 공급 물량이 74%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 물량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증가로 인한 공사비 상승,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정책 공백 장기화 등으로 건설사가 공급 시기를 저울질할 공산도 크다.
건설사, 시행사, 학계, 금융권 등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시장 전망 설문에서 응답자 38명은 올해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한다고 전망한 반면 서울의 집값은 62%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과 서울 집값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등에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수요 위축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공급과 거래 지속돼야
두 가지 설문조사가 포함하는 함의는 뭘까. 민간 공급을 막는 걸림돌과 거래 활성화의 장애물을 걷어내야 시장 정상화가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한 해 시장에 주택 50만 가구가 공급돼야 하고, 그중 아파트는 30만~35만 가구를 적정 물량으로 간주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간이 새해 24만90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마련한 건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 수치가 현실화하려면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지난해 7월 9214건에 달한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같은 해 11월 3212건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67.8%로 2021년 4월(68.05%) 후 4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매매 대신 전세만 고르다 보니 전셋값만 뛴다는 얘기다.
새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내수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태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공급 가뭄과 거래 빙하기를 거쳐 집값 폭등 시나리오가 재연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만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