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아 내년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도 통화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부터 신중하게 움직여야”
Fed는 이날 경제전망예측(SEP)을 통해 내년 미국 경제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9월 2%에서 2.1%로 전망치를 소폭 상향했다. 인플레이션은 내년 말 기준 2.5%로 전망했다. 9월 2.1%에서 0.4%포인트 높였다. 내년 실업률은 9월 FOMC 때보다 0.1%포인트 낮은 4.3%로 내다봤다.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굉장히 견실하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인하 속도가 둔화하는 이유는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까지 꽤 빠르게 (금리 인하로) 움직였다”며 “앞으로는 분명히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기준금리 인하(연 4.5~4.75%→연 4.25~4.50%)도 만장일치 결정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가 금리를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기준금리 전망치 올라
Fed 인사들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몇 달 전보다 훨씬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FOMC 위원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19명 중 10명이 내년 금리를 연 3.75~4.0%로 내다봤다. 4명은 연 4% 이상으로 전망했고, 나머지 5명은 연 3.5% 이하로 봤다. 웰스파고는 “점도표가 예상보다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Fed는 내년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기존 9월 전망치(연 3.4%)보다 0.5%포인트 높은 연 3.9%로 제시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다는 전제로 9월 기준으로는 내년에 네 차례 인하가 예상됐으나 이번에는 두 차례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Fed는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연 3.4%(9월 2.9%), 2027년 말은 연 3.1%(9월 2.9%)로 전망해 9월보다 상향했다. 피치는 “(금리 인하의) 일시 정지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FOMC 위원들은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추진할 고율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통화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일부 위원은 선제적으로 (트럼프 정책 등) 많은 조건을 반영한 전망치를 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 급락
Fed의 매파적 금리 인하에 시장은 출렁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여지를 일절 남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이날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지수는 전장 대비 1123.03포인트(2.58%) 하락해 42,326.87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8.54포인트(2.95%) 내린 5872.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16.37포인트(3.56%) 떨어진 19,392.69에 장을 마쳤다.
미 국채 금리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4시20분 현재 연 4.52%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6월 초 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