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이 ‘양’보다 ‘질’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스타트업에 멘토링, 교육, 투자 유치, 사무 공간 등을 집중하는 ‘배치(Batch)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디캠프 배치’ 1기에 참여할 스타트업 9곳을 최종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앞서 디캠프는 지난 10월 ‘디캠프 2.0 비전 선포식’을 열고 디캠프 배치 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1기는 공동 운영사인 크릿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더벤처스와 함께 선발했다. 사업 모델, 성장 잠재력, 상업화 가능성 등을 평가했다. 각종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패션 분야에 접목한 커머스 업무 툴 ‘셀러캔버스’ 개발사 스튜디오랩, 4050 남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애슬러’ 운영사 바인드, 블록체인 기반 퀴즈형 리워드 앱 서비스 ‘마이비’ 개발사 원셀프월드 등 9개 사가 선발됐다. 이들 업체는 다음달부터 1년 동안 디캠프 공간에 입주해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과 재무 등 전문 컨설팅, 투자유치 기회 등을 제공받는다.
배치 프로그램은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와이컴비네이터는 2005년 ‘서머 파운더스 프로그램’이라는 배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애초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대상의 여름 캠프 방식으로 투자할 만한 창업팀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시드 투자’라는 개념도 생겼다.
국내에선 2010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가 배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처음부터 배치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프라이머는 오는 31일까지 ‘프라이머 배치 26기’를 모집한다. 초기 자금 지원, 맞춤형 멘토링, 네트워킹, 데모데이 참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은 ‘배치 프로그램 23기’에 참여할 5개 사를 7월에 선정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브랜드 모델 생성 솔루션을 개발한 드래프타입 등이 스파크랩의 배치 프로그램 혜택을 받는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배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액셀러레이터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고, 스타트업도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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