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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구원투수'였던 한동훈, 탈여의도 문법이 毒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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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사실상 와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아직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와 원내 지도부의 반발을 고려하면 대표직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다면 지난해 12월 여당의 ‘구원투수’로 데뷔한 지 1년 만에 조기 퇴장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문법’과 선을 그으려고 했던 한 대표식 정치가 위기 국면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동훈 체제’ 사실상 와해 수준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여당 선출직 최고위원(장동혁, 진종오, 김재원, 김민전)이 전원 사퇴한 이후에도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개 철회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자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고,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한 대표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표를 끌어내릴 권한이 없는 만큼 ‘한동훈 지도부 시즌2’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 대표는 이르면 16일 거취에 대해 별도의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당내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감안해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날 의총 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께서 숙고의 시간을 갖고 아마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만약 한 대표가 사퇴하고, 같은 날 의총에서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면 ‘권성동 당 대표 대행 체제’가 출범하고 새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전망이다.

2022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최고위원이 총사퇴함에 따라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체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는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당은 가처분 신청이 해당 행위라는 이유로 이 전 대표에게 6개월간 당원 권한을 정지하는 등 추가 징계를 내렸다.
“승부사 기질 덕에 팬덤 컸지만…”
이에 따라 한 대표는 정치 무대에 등판한 지 1년 만에 퇴장 수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봉에 서서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계엄 해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탄핵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을 이어가다 2차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에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

이후 당론(탄핵 반대)을 끝까지 바꾸지 못한 데다 영남권 등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탄핵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 신인이던 한 대표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낸 ‘탈여의도 문법’이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대표는 4월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동시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비명횡사’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측근을 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달리 ‘사천(私薦)’ 논란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을 그었다. 당시 민심의 반발을 고려해 ‘윤심’을 차단하려는 조치였지만 결국 자신을 비롯해 ‘자기 사람’을 원내에 데뷔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례·초선 위주로 이뤄진 친한계가 당내에서 소수파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당의 주요 결정이 의총에서 이뤄지며 ‘원외 당 대표’로서의 한계도 노출됐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직후 전당대회에서 재등장한 것도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로서 신선함이 떨어지고 생채기만 입을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며 “일반 여의도 정치인과 다른 승부사 기질 덕에 팬덤도 컸지만 그만큼 어려운 시기에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 게 뼈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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