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3일 14: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단위 ‘대어’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국내외 투자자 모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기업들은 매년 1호 상장 기업으로 주목을 받는 '연초 효과'를 노렸으나 내년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 내년 상장 시기 고심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심에 통과한 DN솔루션즈는 증권신고서를 바로 제출하지 않고 3~4일 동안 고심하고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탄핵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불리 IPO절차를 진행할 경우 수요예측 참패에 따른 상장 연기 절차를 밟을 수 있어서다. 오는 14일 예정된 대통령 탄핵 표결 이후에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자는 의견이 나온다.내년 1~2월에는 LG CNS와 DN솔루션즈,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조단위 기업 4곳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달바글로벌 등을 포함하면 내년 상반기에만 6개 기업이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LG CNS를 제외하고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0월 거래소 문턱을 넘었으나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해 상장 일정을 뒤로 미룬 케이뱅크도 다음 달 공모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통지된 뒤 6개월 동안 효력이 인정된다. 케이뱅크와 SGI서울보증보험은 각각 오는 2월과 3월까지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한다.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외국인 투심이 관건
이번 계엄 사태가 조단위 대어 상장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LG CNS와 DN솔루션즈 등은 공모금액이 최대 1조원을 넘어가는 만큼 국내 기관투자가 수요만으로 물량을 채울 수 없다. LG CNS는 전체 1937만7190주 가운데 49%인 949만4823주를 해외 증권사 인수물량으로 배정했다. DN솔루션즈 등 조단위 기업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가 필요하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내년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인 LG CNS가 다음 달에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일단 두고보자는 의견이다. LG CNS는 다음 달 2일~14일까지 국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같은 달 9~15일 동안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지난달과 비교해 기관 대상 NDR(Non Deal Roadshow)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LG CNS 흥행 여부가 내년 IPO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