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세 정상은 이날 열린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찾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트럼프 당선인 및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만날 예정이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에 참석하도록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 40분가량 지각했고 3자 회동에도 부정적이었으나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고 폴리티코 등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 의견을 보여왔다. 그는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 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모종의 협상을 통해 휴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이뤄진 3자 회동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동 후 SNS에 “미국과 프랑스의 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도전이 있다”는 글을 남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산적이고 좋은 회동을 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언제나처럼 단호했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정당한 방식으로 종식되길 원한다”며 “계속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합의했으며 ‘힘을 통한 평화’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힘을 통한 평화’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계속 강조해온 외교안보 원칙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날 SNS를 통해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통해 이 광기를 멈추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터무니없이 40만 명의 군인과 더 많은 민간인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져야 하고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블라디미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가 행동할 때”라며 푸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도울 수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고, (지금도) 거부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항상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임기 종료 전 막판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10억달러에 육박하는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사용되는 포탄 등을 포함해 총 9억8800만달러 규모다. 이에 따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금액은 총 620억달러로 늘어났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