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한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외환시장을 비롯해 주식,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제사회에도 신속히 전파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상계엄에 치솟은 환율
3일 오후 11시30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0원 이상 상승한 1420원대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상계엄에 따른 시장 불안감이 반영돼 원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치솟은 건 2022년 10월 이후 26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1402원90전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소식 이후 급등해 장중 143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정부는 지난 7월부터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영국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인 오전 2시로 연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러운 계엄 조치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럽게 떠오른 불확실성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패닉셀을 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져 쇼크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가뜩이나 가중된 경영 불확실성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때에 버금가는 혼란이 빚어져 내수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었다. 최 부총리는 F4 회의를 마친 뒤 기재부 1급 이상 간부회의를 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기재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장·차관의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차관과 실·국장 이하 모든 직원은 정부세종청사에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특히 각 부처 고위공무원단엔 일제히 ‘심야 출근’ 지침이 내려지는 등 정부에서도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다.기재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 장·차관조차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후 급히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는 긴급 소집으로 복귀하는 차량이 몰려들어 혼잡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신용평가에서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은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등과 같은 등급을 부여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국가의 내란이나 정쟁에 대해 신용평가 시 엄격한 평가를 내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