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시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에선 공권력과 시민 간 긴장 상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 1시간여 만에 국회 앞은 경찰차로 봉쇄됐다.
◆직장인들 “당장 출근은?” 혼란
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직장 동료들과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와중에 식당 TV를 통해 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다”며 “너무나 충격적이고 믿기지 않아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세종시에 사는 40대 공무원 최모씨는 “2024년에 발생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당장 내일 아침에 일어나 길거리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왕십리동에 사는 20대 대학생 서모씨는 “많은 선후배 친구들이 군대에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가까운 군인 친구들이 어떤 지시를 받아 행동할지 너무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속보를 접했다는 직장인 정모씨(32)는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바쁘게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모씨(45)는 “계엄은 전쟁 등 국가에 큰 이슈가 있을 때 선포하는 것인데 당황스럽다”며 “당장 내일 출근은 안 해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회식 중 TV로 속보를 보고 바로 귀가하고 있다는 여의도 직장인 김모씨(27)는 “(뉴스를) 잘못 본 줄 알았다”며 “국민과 대화도 없이 큰 변화를 던진 것 같아 금융 종사자로서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김모씨(25)는 “집에서 가족과 TV를 보다가 소식을 접했다”며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 선포를 겪을 줄은 몰랐고 너무 무섭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A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우영신 씨(45)는 “친구들과 모임 중에 갑자기 비상계엄령이란 뉴스가 나와서 너무 놀랐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고 불안하다”며 모임을 서둘러 파했다.
◆새벽 1시께 분위기 반전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담화 발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구모씨(44)는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게 확인하기 어렵고 중대한 사항인데 밤중에 갑자기 이런다는 게 혼란을 가중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씨(22)는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 2024년에 발생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며 “이건 윤 대통령의 자발적 하야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역에서 TV로 소식을 접했다는 40대 여성은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는 건지, 일상생활은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시민 한모씨(50)는 “그간 계엄령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역사였는데 전쟁도 나지 않은 현실에서 계엄령을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5공화국 시절이 떠오른다.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국회가 다음날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국회 앞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의사당 정문 앞에서 군경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환호했다. 결의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시민은 부부젤라를 불기도 했다. 시민들은 폐쇄된 국회 정문을 향해 “문 열어” “당장 나와” 등을 외쳤다.
박종필/정의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