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10개월, 정책기획관 10개월, 권익증진 국장 6개월 공석.’
여성가족부 장관 공백이 초장기화하면서 주요 보직까지 장기간 비어 있는 등 부서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급 장관 공백 와중에 내년 관련 예산은 5.4% 증액됐다. 여가부 운영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3일 여가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장관 자리 공백 기간은 287일을 기록했다. 김현숙 전 장관이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수리했다. 하지만 10개월이 다 되도록 후임 장관 자리는 공석이다.
장관 공백으로 주요 여성·가족 관련 현안에 여가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선 ‘딥페이크 문제 등 여가부가 대응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장관 공백으로 내년도 신규 사업 추진이 잘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빗발쳤다. 전문가들은 특히 8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터졌을 때 성폭력 예방 정책 주무 부처인 여가부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 등과의 범부처 협력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사이 관련 범죄는 날로 늘고 있다. 황정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7월 경찰에 신고된 딥페이크 범죄 건수는 297건으로 지난해 180건을 이미 넘어섰다. 동덕여대 사태에서도 여가부가 제때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여성계 안팎의 지적이다.
여가부는 “장관 공석에도 다른 부처와 긴밀히 협업해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신영숙 현 차관과 전주혜 전 의원 등이 장관으로 거론되지만,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게 없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주요 보직 공백도 장기화하고 있다. 여가부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국장급)은 장관 공백과 함께 10개월째 비어 있고, 여성·아동·청소년 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관할하는 권익증진국장은 6개월째 ‘전담 직무대리 체계’다.
내년도 여가부 예산은 1조8163억원으로 올해 1조7234억원보다 5.4% 증액됐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주요 업무를 지시하는 장관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예산만 늘리게 된 꼴”이라며 꼬집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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