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상인부터 술집 주인까지 매일 약국 앞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서울 중림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쓰레기 무단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로 앞에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잦은 고장으로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내 무단투기 단속 CCTV의 고장 횟수는 지난 10월까지 총 389건으로 이미 전년(380건)을 넘어섰다. 이런 탓에 CCTV 앞 무단투기도 이어지고 있다. 연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처음 CCTV가 설치됐을 땐 가까이 다가가면 불빛이 번쩍였는데, 얼마 뒤부턴 아무 반응이 없었다”며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자치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동식 무단투기 감시용 CCTV가 방전 상태로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장치는 실시간 감시가 아니라 녹화 방식이어서 일일이 메모리를 꺼내 영상을 확인해야 단속할 수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CCTV 수백 대를 하나하나 관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영상을 확인하지만, 야간에 순간적으로 찍힌 얼굴은 특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관련 통계도 부실한 상황이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의 ‘자치구 CCTV 목적별 설치현황’에서 13개 자치구는 무단투기 감시 CCTV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된다. 이런 ‘0대 자치구’ 중 하나인 도봉구는 “실제론 200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은평구와 서대문구 역시 각각 198대, 80대를 보유 중이다.
‘먹통 CCTV’가 방치되는 사이 무단투기 신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시에 접수되는 무단투기 신고 건수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만8259건을 기록해 작년(1만6323건)과 재작년(1만702건)에 이어 증가세를 보였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