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KOTRA 신임 사장(사진)은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공고를 졸업해 산업통상자원부 1, 2차관을 지냈다. 대한민국 수출호(號)를 위기에서 구할 조타수 역할을 부여받은 그는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판이 흔들릴 때 한국은 늘 기회를 잡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2기를 맞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 사장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역발상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섬유에서 방위산업까지 거의 모든 제조업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사장은 조선과 에너지 인프라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회 요인을 예로 들었다. “미국이 오일과 가스 산업 부흥을 예고하는 등 친환경 정책에서 선회한다면 미국산 원유 및 가스를 실어 나를 선박과 에너지 저장시설 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수출·통상 분야 전문가인 강 사장은 관세 장벽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현재 정책 목표는 ‘대중국 디커플링’과 ‘과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라며 “최종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 기조를 이해하면 한국이 살 길이 열린다”며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제조업 공급망의 탈중국을 추진하는 미국으로선 그 대안으로 K기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사장은 “자동차 부품, 전력 기자재, 조선, 에너지 인프라,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과 격차를 유지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버릴 수는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강 사장은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외에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며 “한 예로 중국 주요 도시에서 철수를 고심하던 한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생각지도 못한 중국 북부 화장실 개조 사업에 진출하면서 PVC 파이프산업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사장은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KOTRA의 역할을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수출 증진을 돕는 길잡이, 세계 시장 정보를 민첩하게 전달하는 파수꾼, 공급망 안정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디딤돌 역할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KOTRA 직원들의 근무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강 사장은 “84개 국가, 129개 무역관 직원들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현장으로 가야 한다”며 “나부터 셔츠를 걷고 현장에서 뛰어다니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공공 영역의 전문성도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며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성상훈/김우섭 기자/사진=최혁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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