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법무부, 금융감독원은 2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여당과 협의를 거쳐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입법으로 이번주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102만 개 기업이 법 적용을 받지만 자본시장법은 246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다. 또 상법이 포괄적인 총론을 담은 데 비해 자본시장법은 사례별로 ‘핀셋 규제’한다는 점에서 기업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에는 상장사의 합병과 분할,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방안이 주로 담겼다. 상장사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을 주가(시가)로만 산출한 종전 조항을 바꿔 주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한국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한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을 상장사의 네 가지 행위로 좁힌 만큼 다수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경영활동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쪼개기 상장' 할 때…모회사 일반주주에 공모주 20% 우선배정
정부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과 관련 하위 규정을 바꾸는 것은 국내 상장사가 인수합병(M&A), 쪼개기 상장 등을 할 때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더 고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정부안이 현실화하면 앞으로 상장사가 합병·분할 등에 나설 때 이사회는 구조조정의 목적, 기대 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반드시 마련해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M&A 시 기업 몸값 산정 기준은 아예 없어진다. 일률적인 산식 대신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해 합병가액 등을 정하고, 외부 평가기관의 검증을 받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비계열사 간 M&A에 대해서만 산식을 자율화했다.
기업이 유망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세운 뒤 기업공개(IPO)를 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때는 일반주주가 공모주를 먼저 받아 갈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현행 규정은 IPO 시 공모주 배정 대상을 우리사주(배정 물량 20%), 일반투자자 청약(25%), 기관투자가(55%) 등으로 한정해 모회사 일반주주가 참여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상장사가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할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가 상장에 따른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 우선 배정 여부와 비율(20% 이내) 등은 기업에 선택권을 줄 예정이다.
김익환/선한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