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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경제심리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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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말한다. 정책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여기서 심리란 두 가지 측면이 혼재돼 있다. 하나는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개별 경제주체의 기대감이다. 경제관료가 강조하는 심리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개별 경제주체의 주관적 평가다. 심리 지표가 실제 경제 상황과 괴리될 수 있는 지점이다. 설문조사 방식으로 추계하는 대부분의 경제심리 지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심리 모두를 반영해 작성되고 있다.

올해 초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의 경제 실상과 소비자심리 지표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알렸다. 실업률 같은 공식 통계는 미국 경제가 매우 양호하다고 나타내고 있으나 소비자심리 지표는 매우 비우호적임을 지적하면서, 주요 원인으로 정권을 잃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의 경제 인식이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었음을 지적했다. 선거 결과와 진영 논리가 경제심리 지표에 반영되면서 경제 실상과 괴리를 보였다는 것이다.

진영 논리와 정치 갈등으로 말하면 한국이 미국보다 적어도 몇 수는 위일 것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관한 정보가 없어 우리도 진영 논리가 심리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분석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경제 실상과 심리 지표 사이에 간극이 있는지는 궁금한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 지수는 올해 1~11월 평균 101로 장기 평균(=100)에 근접한 수준인 동시에 2022년 하반기(88.8)와 2023년(97.6)에 비해 좋아진 모습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경제 분야 뉴스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해 발표하는 뉴스심리 지수도 비록 실험적 통계이기는 하지만 2022년 하반기(87.7), 2023년(98.5), 2024년(1~11월 104.8)을 거치며 지속해서 상승했다. 따라서 적어도 지수상으로는 현 정부 들어 경제심리가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주요 실물경기 지표인 경제성장률은 2022년 하반기 2.3%에서 2023년 1.4%로 하락한 뒤 2024년 1~3분기 중 평균 2.4%로 회복세를 보여 심리지수와 비슷한 변화 패턴을 보인다. 경기지수 순환변동치도 선행지수가 2023년 중반 이후 회복세를 보여 심리지수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다만 동행지수는 2022년 초반부터 추세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심리 지표와는 다소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 요약하자면 일부 예외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이라는 큰 틀에서는 심리 지표와 실물 지표 사이에 구조적 괴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심리 지표와 경기 지표의 변화 속도에서는 정치 갈등과 진영 논리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심리 지수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하반기 급속한 개선 추세를 보였으나 2023년부터는 개선 추세가 멈추고 단기적인 등락만을 보인다. 2022년 초반부터 완만하게 하락하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나타낸다. 선거 후에 더욱 기승을 부린 진영 논리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경제심리와 실물경제는 상호 작용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함께 국민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심리 관리도 필요하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 운영에 책임 있는 자들은 경제 실상을 솔직하게 그리고 정제된 언어로 국민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선동과 과장은 금물이다.

기대난망일까? 요즘 권력자들의 뜬금없는 경제 걱정은 체면치레를 넘어 진영 논리로 무장된 정치 선동에 가깝다. 정제된 언어는 실종된 지 오래다. 방탄, 탄핵, 겁박, 보복으로 점철된 권력 놀음이 길어질수록 앞으로 다가올 경제 쓰나미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뿐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산을 이유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금리도 인하했다.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책임지지 않는 권력자들에게 작은 경종이라도 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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