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CNT)는 탄소 원자를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한 물질이다. 강철보다 강도가 100배 이상 높고 구리와 비슷한 전기 전도성을 지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이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CNT 양산에 성공한 업체다. SK온, 삼성SDI, BYD, CATL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강득주 제이오 대표(사진)는 CNT가 쓰일 수 있는 산업 영역을 ‘CNT 월드’라고 부른다. 2차전지 소재 외에 다양한 산업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강 대표가 눈여겨보는 시장은 반도체 분야다. CNT를 활용해 노광 장비의 핵심 부품인 EUV(극자외선)펠리클 소재를 만드는 게 회사 목표다. EUV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미세한 입자(파티클)를 막아주는 박막이다.
강 대표는 “최근 반도체 회로 선폭이 1·2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미세화하면서 레이저 가공 온도가 높아졌다”며 “고온을 견디면서 노광 공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NT는 고온에 강해 해당 소재로 적합하다”며 “3~5년이면 CNT를 활용한 펠리클 소재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산업 역시 관심 분야다. CNT는 다이아몬드만큼 열 전도성이 높아 적은 에너지로 열을 발생시키고 넓은 면적에 고르게 분산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에서 발생한 제한된 전기에너지로 차체 내부 열을 올려야 한다”며 “저전력으로 온도를 높일 수 있는 CNT 내장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CNT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생산 설비도 증설했다. 기존 경기 안산 제1공장에 더해 지난 5월 안산 제2공장을 준공해 연간 2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강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CNT 업체인 옥시알의 수주 물량이 제이오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정세를 고려해 제3공장 증설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제이오의 신제품 연구개발(R&D)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이수페타시스에 지분을 매각한 것도 기술 R&D에 집중하겠다는 강 대표의 의지를 담은 조치다. 강 대표는 “지난해 초 폐암 진단을 받고 경영 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거래소에서도 내 건강 상태, 이수페타시스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지분 매각을 허용해 줬다”고 했다. 회사는 지난달 8일 강 대표의 주식 575만 주를 이수페타시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는 이수페타시스가 경영 관리와 신사업 기획을 맡는다.
그는 “제이오의 기술력과 이수그룹의 경영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 2030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산=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