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과거 고려아연의 신사업 관련 내부 자료를 받아 검토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재정적 지원 후보군으로, 비밀유지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MBK가 해당 계약 종료 3개월여 만에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2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투자 유치를 위해 MBK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MBK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세부 사업 자료를 넘겨 받아 재무적 투자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2년 취임 후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자원 순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말한다.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오는 2030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지원받기 위해 MBK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시 MBK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 계약에 서명했다. 그리고 약 3개월 후인 9월 중순께 MBK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다. MBK는 공개매수 하루 전 영풍과 경영 협력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콜옵션이나 풋옵션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 계약이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적대적 M&A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가 확보한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공개매수 과정에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고려아연이 넘긴 내부 자료에 신사업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내 지분 매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장 초반 23% 넘게 오르고 있다. 오전 9시54분 현재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23.22%(27만4000원) 뛴 145만4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27일 8.29% 오른 101만9000원을 기록해 5거래일 만에 100만원대로 올라선 후 같은 달 28일(12.17%)과 29일(3.24%)에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이 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영풍 연합과의 장내 지분 매집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임시 주총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요청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과 집행임원제도 도입 정관 개정안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