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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돕는 정부 정책 펀드가 난립하고 있다. 비슷한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를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동시에 운용하는 식이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정부 부처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특정 유망 분야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 자료에 따르면 정책 펀드 예산은 지난해 1조508억원에서 올해 1조6945억원으로 1년 새 61.3% 증가했다. 정부의 내년 정책 펀드 예산 책정액은 1조8243억원으로 올해보다 7.7% 늘었다. 정책 펀드는 국가 정책적으로 중요하지만 시장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재원이다. 정부 재정으로 유망 스타트업 등에 지분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내년 예산안 기준 부처별로 보면 중기부(50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3830억원), 금융위(3700억원) 순으로 규모가 크다.
이런 정책 펀드의 일부 투자 분야가 중복돼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년 정책 펀드의 중복 투자 우려에 ‘정책 펀드 운용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일부 재정 출자 정책 펀드를 모태펀드로 통합했다. 하지만 2018년 금융위의 ‘산업은행 출자(혁신모험펀드)’ 사업 신설 이후 개별 부처는 정책 펀드 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부처 간 중복 투자 펀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기부의 ‘스타트업코리아펀드’, 금융위의 ‘혁신산업펀드’ ‘반도체생태계펀드’ ‘원전산업성장펀드’ 등은 모두 반도체, 드론, 로봇, AI, 원전 등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혁신펀드’, 방위사업청의 ‘K-방산수출성장펀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녹색인프라 해외수출 지원펀드’, 국토교통부의 ‘글로벌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펀드’, 기획재정부의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는 태양광발전 등 녹색산업 분야 우수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됐다.
정책 펀드에서 민간 출자 비중이 낮아진 것도 논란거리다. 정책 펀드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민간 자금의 마중물이다. 투자 펀드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모태펀드의 정책 출자 비중(모태펀드, 정책 기관 등)이 2022년 40.5%에서 올해(8월 기준) 49.7%로 커졌다. 민간 자금의 출자액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