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사회를 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대만 공상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주임위원(장관급)인 류칭칭 TSMC 이사는 지난 21일 대만 입법원(의회)에서 “내년 2월 10일 미국에서 열리는 TSMC 이사회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TSMC가 37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회 개최지로 미국을 선정한 것은 미국 신규 공장 가동과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예상되는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TSMC를 겨냥해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 업체가 지금 대만에 있다”며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적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공상시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및 제재 정책은 TSMC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고,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이 내년 1분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사회 장소로 미국을 선택한 데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10명으로 구성된 TSMC 이사회 중 절반이 미국인이다. 마이클 스플린터 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최고경영자(CEO), 라펠 리프 전 MIT 총장, 모시 가브리엘로브 자일링스 전 CEO 등이 명단에 올라 있다. 4명은 대만인, 1명은 영국인이다. 자유시보는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이사회를 열고 새 공장 운영을 점검하는것은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류 이사도 이날 이사회를 미국에서 여는 이유에 대해 “새 공장 현황을 이사진이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1일 기준으로 TSMC의 외국인 투자자 주식 보유 비율은 73%에 달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