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를 사실상 통과했다. 시행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결의했다.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어서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2월 중 국회 의결 및 정부 이송, 정부의 공포 등의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개정안은 2001년부터 각 금융기관당 5000만원 한도에 머물러있던 예금 보호액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적용 시기는 개정안 발표 이후 1년 이내로 하되, 구체적 시점은 정부(금융위원회)가 시행령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최근 증시 급락·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출렁임이 커지면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커졌다. 미국(25만달러, 약 3억5000만원), 일본(1억엔, 약 9000만원)에 비해 보호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한도 상향 시 자금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부실이 커진 저축은행 업계에선 일부 소형사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적용 시기를 정부가 정하도록 한 것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판단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환경 변화에 금융시장이 적응력을 확보하는 내년 하반기에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적용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호금융업권 역시 새마을금고법, 농협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등 개별법 개정안을 통해 예금자 보호 한도 수준과 시기를 예금자보호법과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도 뒤따를 전망이다.
국회는 예금자 보호 상향에 이어 위기 시에 금융사를 선제 지원할 수 있는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는 이르면 내달 초 소위에 금안계정 도입을 담은 예보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안계정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금융사에 사전적으로 보증, 대출, 지분 투자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보증을 기준으로 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은 최대 124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금안계정과 함께 한국은행의 대출 등 여러 시장안정 조치가 함께 시행될 경우 조기 시장안정을 크게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