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에 따라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2만6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선정하기로 하면서 선도지구 신청 단지의 매매가격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이 중 경기 성남시 분당은 선도지구 경쟁이 치열해 매매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선도지구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신도시에선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47곳이 선도지구 경쟁에 뛰어들었다. 규모만 5만9000가구로 선도지구 기준 물량(8000가구)의 일곱 배가 넘는다. 평균 동의율 역시 90.7%로 5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았다.
선도지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단지의 몸값도 상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시범단지 우성 전용면적 164㎡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단지 전용 59㎡ 역시 지난달 10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21년 가격(10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사정은 인근 단지도 비슷하다. 양지마을 1단지 금호 전용 133㎡가 지난달 22억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면적이 1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5개월 새 4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분당만 과열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유독 분당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양지마을 전용 133㎡의 호가가 25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선도지구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재건축이 쉽지 않을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선도지구 신청 과정에서 일부 단지가 가점받기 위해 공공기여를 늘리고 장수명주택 인증을 추진하며 사업성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도지구 신청 단지 중에는 낮아진 사업성을 만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기여 비율을 15%까지 늘려 잡아 사업성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지자체에 재건축 사업성 확보를 위한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입지뿐 아니라 향후 분담금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도지구 경쟁 단지는 자체 재건축 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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