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2일 18: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몰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모시장이 새로운 조달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회장(사진)은 22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보험사 자산배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로완 회장은 아폴로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보험연구원에서 개최한 이번 세미나엔 국내 24개 보험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비롯한 투자 관련 임원들이 참여했다.
로완 회장은 "에너지 전환과 데이터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 수혈이 필요한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가 심해져 은행에서 원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모크레딧펀드 등이 은행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크레딧펀드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거나 메자닌 투자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로안 회장은 "은행이 아니라 펀드 등이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미국에선 기업이 신용으로 조달하는 전체 자금의 약 70%가 은행이 아닌 사모크레딧펀드 등 시장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로안 회장은 사모시장은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시장이라고 위험한 것도, 공모시장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라며 "사모와 공모는 모두 안전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시장이며 점차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했다.
공모 시장이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하고, 투자 매력도 낮다는 주장도 펼쳤다. 로안 회장은 "공모 시장에선 전 세계 모든 참여자와 싸워야 하지만 사모 시장은 제한된 경쟁"이라며 "공모 시장은 더 이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안 회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짐 젤터 아폴로 공동 대표는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보험사 CIO 등에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사모 크레딧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젤터 대표는 "보험사는 단기간에 투자 원금을 회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모 크레딧에 자산을 배분하기 적합하다"며 "사모 크레딧은 최고의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투자처는 아니지만 위험을 분산하면서 채권 투자 이상의 적절한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폴로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6960억달러(약 968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PEF 운용사다. 사모 크레딧 영역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 2006년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는 아폴로는 도쿄, 시드니, 홍콩, 뭄바이, 싱가포르 등에 이어 최근 한국에 사무소를 냈다. 한국 사무소 초대 대표는 삼성증권 IB1부문을 이끌던 이재현 대표가 맡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